네비게이터 시리즈
7) 열린 교회
‘열린 교회’라 하면 ‘교회의 운영 방식이 개방적인가?’라는 당연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공간 사용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네비게이터 마지막 주제를 ‘네비게이터’로 잡았다. 처음 성공회원주교회가 호저지역에 새 건물을 알아 볼 때 당시의 일이다. 사실 작은 교회가 교회를 건축한다는 것 자체는 큰 부담이었다. 그리고 지역을 어디로 정할지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그 때 우리들의 화두는 ‘더 낮은 곳으로’ ‘지역과 연결’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선정된 곳이 이 곳 ‘호저면’이었다. 호저면에는 나눔의집에서 오랜 시간동안 돌보는 독거어르신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교인들이 ‘원주생협’의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는데 이 곳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가 너무 없어 복지사각지대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보건진료소 등의 연계망을 가지고 우리는 나눔의집과 함께 워크숍을 해 이곳을 선택했다.
교회에 방문하신 다른 교회 신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교회가 접근권이 너무 나쁜 거 아닌가요?’ ‘차편이 불편한 거 아닌가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는 왠지 이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교회를 내어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교회를 ‘함께 사용한다’고 인식한다. 교회 안에는 나눔의집이 있다. 햇살 도서관과 클라라공방, 요셉공방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다녀간다. 재밌게도 그들은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 “왠지 알 수 없이 편안해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곳이 이곳이고 오며 가며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사제와 생활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이곳 우리가 섬기는 교회이다. 교회를 꽁꽁 잠그고 주일이나 예배 시간에만 사용하기를 고집하지 않고자 한 것은 우리의 신념 때문이었다. ‘내어주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애통해하는 누구에게나 내놓으셨다. 그리고 마지막 그 몸을 십자가에 매달리고 돌아가셨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어쩌면 그분에게 몸이 가장 진실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분의 실천은 아주 구체적이며 ‘내어줌’을 바탕으로 분명하다.
교회를 함께 사용하면서 물론 쉽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청소와 정리 등의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그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지만 답을 나지는 않는다. 다만 함께 사용하고 함께 정리하자고 모두가 주인이다. 라는 생각이 가장 큰 해결방식이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따로 이용 비용을 받거나 하지 않는다.
교회를 짓고 10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다. 해마다 아이들의 캠프와 공동 피정들은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에 다녀간 이들, 윗 집 생명농업에 견학 온 사람들도 쉬어가기도 한다. ‘교회를 보러 온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들에게 교회를 알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교회는 열려있기에 언제나 느낌이 다르다.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른 색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내어줄 수 있을지 우리들에게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이 곳을 내어주는 것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기도의 답인 것은 분명하다. 누구든 쉬어갈 곳이 교회여야 하기 때문이다. 열려있기는 기도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도 얼마나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가. 그 응답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몸을 내어주었듯 교회 문을 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