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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자연 3) 꽃

작성일 : 2017-01-15       클릭 : 286     추천 : 0

작성자 원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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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자연 시리즈 
1)  2) 밤하늘 3)  4)  5) 산과 강 6) 태양 7) 새싹 8) 공기

교회 주변의 접시꽃. 2016년도다.

수많은 꽃들은 존재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존재란 본디 있음의 향연인데 시시때때의 꽃의 모습이 그러하다. 없음에서 봉우리가 맺어지기까지. 그리고 봉우리가 피어 지고 떨어질 때까지. 

본색은 그 떨어짐으로 맺어지는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열매는 생명의 본질 씨앗을 품고 있다. 이로써 꽃이 격정적이고 찬란했던 까닭은 씨앗을 맺기 위한 서곡(序曲)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음은 본 악장. 초록의 기다림이 우리를 초대한다. 푸르름은 기다림, ‘그리스도의 평화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중주일 전례 때에 초록을 입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정은 분명 찬미받아 마땅하기에 꽃은 우리의 시작을 축복해준다.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은 꽃을 가까이 두어 사람을 향기롭게 한 것이 분명하다. 꽃을 볼 때마다 마음 속에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말 걸지도 않았는데 그 앞에 멈춘다. 나에게 침묵이 흐른다. 때로는 한 송이가. 때로는 그 무더기가 사무치게 나를 휘감는다. 그러기에 자신의 진실을 고백하는 순간에 그 꽃의 절정을 빌어 연인에게 바치는 것이 아닐까. 연인에게 자신을 대변할 것을 바치며 자신의 진실함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봄부터 시작해 원주교회 주변의 꽃들은 우리를 기도의 세계로 더 깊어지게 한다. 샤스타 데이지, 토끼풀, 달맞이꽃, 돌잔화, 찔레꽃, 접시꽃, 백일홍, 비비추가 장관을 이룬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한쪽에서 피면 한 쪽이 지고 한쪽이 지면 저쪽이 피고 그 화음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교회를 면면을 가득 채운다. 그 협연에 취하지 않은 자는 없어 잠시라도 그 뜰에서 머문다. 

우리교회 아이들이 사계절 밖에 나가 노는 이유도 꽃들 때문이다. 꽃들을 꺽고 나뭇잎과 열매들로 음식을 만들며 수다를 떤다. 존재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을 재료삼아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 각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꽃이 다르다. 꽃을 다루는 솜씨도 멋지다. 

아이들 뿐이겠는가. 누구든 그곳을 만났더라면 잊지 못할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 꽃은 다양하게도 쓰인다. 아이들은 놀이감으로 어른들은 요리해먹으며 교회 제대에도 한 아름 들꽃이 바쳐지며 우리는 가을까지 누린다. 

교회에는 샤스타 데이지가 지천이다. 수수한데도 찬란하기 그지없어 누구도 머물고 싶다. 2016년 봄.


꽃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다. 그 꽃은 비폭력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라기 위해 남을 괴롭히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보아달라고 아우성치지도 않는다. 색색이 다 다른 모습을 지닌 꽃들은 변화무쌍하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8:32)를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았다. 진라가 어떤 모습을 지녔기에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자연을 보면 그 답을 알게 된다. 모두에게 다르지만 하나인 진리. 그것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떨기 꽃이면 충분하다. 

변화무쌍한 예수님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주십니다.’(고린4:11)라고 말하기에 우리는 모든 꽃이 다 다른 것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다 다르지만 아름답듯 각 사람의 은총도 다 다르지만 진리를 위해 피어난다. 

사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지 않는다. 때를 알아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잠시 뿐이다. 그 꽃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시기는 무엇보다 따듯함이 결정한다. 얼마나 온기가 있는지... 얼마나 내가 적절한 시기를 아는지 존재는 알아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의 깨달음도 마찬가지로 누구를 위해서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이타성이란 결국은 허울 좋은 가면일 뿐이다. 자신의 깨달음은 결국은 자기의 여정일 뿐이다. 그 기대지 않고 피어나는 깨달음으로 온 천하가 밝아지는 것이다. 

꽃이 여기 와서 맺고’ ‘피고’ ‘지고 그리고 떨어지다’. 나도 그러하다. 그렇게 길을 간다. 가다 피면 와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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