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 태백교회
저는 우리 성공회가 두 세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여 기도하는 작은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신 말씀처럼 주님이 우리 공동체와 함께 하시고, 또한 공동체의 주인이 되신다고 굳게 믿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들이 마음을 모아 구할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든지 다 들어 주실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마태 18:19). 그 약속을 믿습니다. 아멘.
예전에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님께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여쭤보면 사랑도, 믿음도 아닌 ‘견디는 것 밖에 없어요.’ 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때 눈물이 핑 돌았고, ‘우리가 깨닫지 못할 때 공동체는 항상 후퇴했습니다.’ 하시며, 유치원생을 기다리듯이 비록 후퇴하고 좀 늦어지더라도 끝까지 기다리셨다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대전교구가 규모는 작은데 많은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 성숙과 성장이 매우 더뎌 힘들어만 하고, 그 문제를 기도하면서 지혜롭게 해결하지도, 견디지도 못한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 모두 맡기고, 그저 견디며 기도로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신 구원의 주님께 지혜를 구해봅니다. 우리교구가 기도로 우리에게 있는 모든 일들을 주님께 맡기는 공동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실 오늘 말씀은 공동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알려줍니다. 형제자매가 나에게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먼저 단 둘이 만나 얘기하고, 듣지 않으면 한 두 사람을 더 데려가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리고, 마지막에는 ‘이방인과 세리처럼 여기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비교적 구체적인 문제해결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어떤 분들은 이방인같이 대하라는 말씀만 먼저 적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귀한 공동체를 아끼고 지키기 위한 말씀입니다. 주님의 마음은 그 전에 몇 번이고 찾아가 타이르고, 참고 기다리며, 견디면서 한 지체를 얻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강조하셨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로 전 구절에서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착한 목자 예수님처럼 교회 공동체의 사명은 한 죄인을 찾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모습임을 상기시켜줍니다(마태 18:12-14). 또한 이어지는 말씀(21-22)을 보아도 용서의 중요성을 거듭 말씀하시는 주님의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 대전교구에도 이런 기다림과 용서가 있습니까? 사랑으로 기도하며 타이르려는 예수님의 마음이 있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내 안의 모습, 내면의 공동체에서부터 기도와 용서, 사랑어린 충고를 전혀 못하고, 오히려 끊임없는 비난과 미움, 판단만이 난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가정과 직장, 교회와 우리나라 그리고 세상으로까지 고스란히 옮겨지게 됩니다.
현재 교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상처를 입고 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오는 사람은 적고, 나간 이들과 냉담자를 찾고자 하는 노력, 오늘 2독서 로마서에서 말씀하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사랑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가 말씀대로 살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조용히 내 모습을 돌아보며 기도를 드립니다. 두 세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 어떤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까? 바로 상처를 입고 나간 이들을 위해 사랑과 애통하는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들이 지은 죄가 있다면 회개하고 돌아올 수 있길, 먼저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깨어진 관계가 속히 회복되길 희망합니다.
우리 내면의 공동체,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성공회 대전교구 모두 이렇게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방법으로(지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참고 견디며, 상대방을 위해 기도하고 용서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 형제자매를 얻는 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마음으로, 주님이 주신 지혜로 서로에게 말하고 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있는 자리인 이 땅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용서하지 못하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고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라는 18절 말씀을 기억합시다. 매일 드리는 주기도문의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 잘못을 용서하시고’(마태 6:12) 말씀을 거울로 삼읍시다. 그래서 하루 속히(지금) 잃어버린 지체들을 찾아 나서고, 주님이 주신 지혜로 공동체 안의 문제를 해결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