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건으로 예수께서 더욱더 위험에 처하셨다. 성전항쟁은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장 직접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더욱 위험을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오늘의 본문 앞 단락에서 예수께서는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팔고 사고 하는 사람들을 다 쫓아내시고 환금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셨다.”(마태 21:12)
이로써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했다. 비단 상인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무리는 대사제와 원로들이다. 대사제는 성전 영업권을 독점하여 상인들로부터 부를 챙겼고, 원로들은 유통과정을 독점하여 부를 챙겼다. 또 로마 황제를 위해 매일 두 번의 제사를 지냈다. 이런 배경에서 오늘 대사제들과 원로들이 예수께 질문을 뱉는다. 말이 질문이지 사실은 심문에 가까운 험악한 상황이다. 우리가 이 당시의 상황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다면, 보기 만해도 진땀이 날 것이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들을 합니까? 누가 이런 권한을 주었습니까?”(마태 21:23)
그러나 예수님의 역질문이 저들을 꼼짝 못하게 결박한다. 세례자 요한의 “그 권한을 하늘이 주었다고 하면 왜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할 것이고, 사람이 주었다고 하면 모두들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고 있으니 군중이 가만있지 않을 테지?”(마태 21:25-26) 저들은 백성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패한 권력자들은 백성이 두렵기 마련이다. 예수님의 멋진 답변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더 가중되었다. 예수께서 적들에게 칼날을 치켜세웠기 때문이다. ‘너희 대사제와 백성의 원로들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단언하신 격이다(마태 21:31-32). 세리와 성노동자들이 너희보다 진리를 잘 받아들인다. 이 말을 들은 부패한 권력자들이 이를 갈며 돌아섰을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사제와 원로들은 누구일까? 복음서가 말하는 진실을 제대로 알고 싶지 않은 몇몇 고위성직자들일 게다. 늘 정권에 아부하며 부를 축적하는 이들일 게다. 또 막대한 부를 통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백성의 골수를 빼먹는 부패한 재벌들일 게다. 이들은 백성들의 빈곤을 가중시키는 지배동맹으로 군림한다.
예수께서는 이미 갈릴레아에서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언하셨다. 예수께서는 대사제와 백성의 원로들을 콕 찍어서 이들 두 무리가 당신을 죽일 것임을 예고하셨다. 예수님은 적을 너무 잘 아셨다. 그리고 당당하게 실패의 길을 걸으셨다. 인간적으로 보아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은 처절한 실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패야말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는 말씀을 깨달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예수를 따르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이 시대의 징표를 복음서의 눈으로 읽자. 기도와 성찰이 충분하다면 이보다 홀가분한 삶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