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한성공회 선교 125주년 기념 감사성찬례가 열린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주교좌성당. “주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는 큰 외침이 성당 가득히 울려 퍼졌다. 김근상 의장주교가 설교에서 ‘시대의 화해자’로서의 소명을 강조하며 저마다 옆 사람 손을 붙잡고 외치도록 한 것. 참석자들은 성공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 시대의 소명을 다짐하며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김 의장주교와 유낙준 박동신 주교가 공동으로 집전한 성찬례는 차분하면서도 성대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2000여명의 내외빈과 신자들이 참석했다. 성당 마당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성당 안팎에서 동시에 예배를 드렸다.
김 의장주교는 설교를 통해 성공회 125년 역사를 “시대적 아픔 속에서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따라온 헌신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성공회가 선교 초기부터 교회와 병원, 학교를 짓는 등 사회사업에 힘써왔고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 등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김 의장주교는 “하지만 지금 한국은 분단과 양극화로 인한 구조적 모순으로 고통이 크다”며 “이런 시대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기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야 6장 3∼9절은 지금과 비슷한 시절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나님에게로 돌아오라고 선포하는 말씀”이라며 “이 시대 역시 하나님과 화해하고 이웃,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는 선교적 명령 앞에 겸손히 순종하며 화해 사역에 구체적으로 헌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통일을 위한 헌신이 필요하다”며 “우리 모두 평화통일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 유가족과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음세대를 위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성찬례에는 캐서린 제퍼츠 쇼리 미국성공회 의장주교 등 해외 성공회 지도자들과 성공회 신자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등 외교사절,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와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이웃종교 관계자들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국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특사를 통해 “한국 선교를 위해 수고하고 헌신한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복음을 위해 함께 헌신하고 선교의 확장을 위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는 대한성공회 선교 125주년, 첫 한인사제 서품 100주년, 첫 한인주교 서품 50주년으로 이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도 함께 열렸다. 이날 고 김희준(마가) 사제 흉상 제막식도 거행됐다. 김 사제는 1897년 인천 제물포 성미카엘 성당에서 마크 트롤로프(한국명 조마가·1862∼1930)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1915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의 후손들 역시 성공회 신자로서 대를 이어가고 있다. 성찬례 직후에는 서울교구 어머니연합성가대가 30주년 기념 공연을 하며 축하 분위기를 이어갔다.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대한성공회 선교 125주년 기념 감사성찬례가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고 김희준(마가) 사제 흉상 제막식 거행 후 성공회 지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