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주교좌성당 주임신부를 맡았을 때 많은 청년이 교회를 찾았다. 그들 중 90%는 개신교의 다른 교단에서 온 이들이었다. 이유는 하나. ‘신앙적 의심과 합리적 물음’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주교는 주임신부실 문을 젊은이들을 위해 늘 열어두었다. “청년들은 주로 부활 신앙과 성모 마리아의 성령 잉태에 대해서 물었다.” 신앙적 의심과 질문이 봉쇄된 개신교의 여타 교회에서 답답해 하던 청년들은 이 주교의 열린 태도에 가슴이 뚫렸다. 이 주교는 “저는 그게 육신의 부활이 아니며, 영혼만 불사불멸하는 신앙도 아니라고 말했다. 또 예수님의 부활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부활사건으로 어떻게 재현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럼 솔직하게 ‘나도 모르겠다’며 청년들과 모름의 신앙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의 주일 출석자는 2만~2만3000명. 등록교인 수는 5만 명이다. 개신교에서도 작은 교단이다. 이 주교는 “성공회는 전례가 굉장히 만족스럽고, 교회가 교인을 너무 쥐어짜면서 강요하지 않고, 질문이 자유롭고, 사회적 약자을 위한 돌봄 활동이 있다”며 ‘성공회다움’을 설명했다. 그는 주교 성품(25일)을 앞두고 강원도 강촌의 수도회에 가서 2주간 피정을 했다. 그의 묵상 주제는 ‘내가 바라는 주교상이 아니라 사회와 교회가 요청하는 주교상이 뭘까?’였다. 거기서 성공회 서울교구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보였다. 글ㆍ사진=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