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주교 특별 사목서신 3
“알렐루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도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올해의 부활절기는 참 특별합니다. 2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성당에서 모이지 못했습니다. 사순절기와 성주간, 부활 전례를 온라인 예배와 가정예배로 대신하며,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입니다. 교회 밖 세상의 현실은 더 심각하고 참담합니다. 전 세계에서 150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9만 명을 넘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이 멈추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업과 직장을 잃을까, 건강과 생명을 잃을까 불안해합니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고 증언합니다. “그리스도는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그리스도는 다시 오십니다!”
주님의 부활은 예수님이 기적을 일으켜서 살아났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를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풀어내어 자녀로 회복하시려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뜻이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온전히 실현되었다는 뜻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에서 구원의 사건으로 뚜렷하게 보여주신 사건이 파스카(Passover, 과월절), 곧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 사건입니다. 이집트의 노예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자유민으로 살기 위해서 ‘출애굽’을 하는 사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 스스로가 한 일 같지만, 실은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의 백성으로 불러내신 일입니다. 과월절 어린양의 피를 통해서 이집트에 내린 마지막 죽음의 재앙을 뚫고 나아가, 파라오군대의 살육의 위협을 이깁니다. 마침내는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서 자유와 해방과 예배의 삶을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은 이 출애굽 사건에 겹쳐지는 새로운 과월절, 결정적인 파스카 사건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의 죄와 죽음의 권세에 사로잡힌 우리를 당신의 백성으로 불러내십니다. 그 부르심에 응해서 그분 편으로 옮겨지는 일이 우리의 신앙이고 교회공동체의 본질입니다. 그 일을 세상 권세는 훼방하고 공격합니다.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괴롭히겠다고, 생명을 빼앗겠다고 위협합니다. 십자가는 그 죽음의 권세를 이기는 여정입니다.
죄와 죽음의 권세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해 그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진리를 의지해 죄의 권세를 폭로하시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죽임의 위협을 이겨내셨습니다.
부활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시어 우리의 그리스도로 높여주시고,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신 사건입니다. 참혹한 슬픔에 떨던 제자들은 이제 십자가가 패배를 안기는 죽음의 형틀이 아니라, 은총과 사랑이 승리했음을 알리는 영광의 표지가 됨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죽어서 세상의 권세를 벗어납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다시 일으켜져서 주님의 나라를 살아갑니다.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분의 성령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성령을 시켜 여러분의 죽을 몸까지도 살려주실 것입니다.”(로마 8:11) 거듭난 제자는 자유와 해방과 헌신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 부활의 기쁨과 능력이 교회공동체를 세우는 힘입니다.
우리는 부활이 얼마나 기쁘고 복되고 중요한가를 세상을 향해 증언해야 합니다.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증언은 더욱 더 깊고 참된 의미로 전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더욱 더 깊어지도록, 우리의 증언이 더욱 더 참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 교구는 부활주일에서 성령강림주일에 이르는 동안 ‘기쁨의 50일 신앙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성공회 신앙의 세 가지 권위인 성서와 전통과 이성에 충실한 교회의 믿음을 되새겨서,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교회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1) [성서 읽기와 쓰기]
성서는 우리에게 진리와 은총을 전해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교회의 경전입니다. ‘기쁨의 50일’ 동안 모든 교우들께서 신약성서를 통독하시기 바랍니다. 『365 성서통독 길잡이』(선교교육국) 298쪽 이하를 참고하면 쉽게 통독하실 수 있습니다. 필기가 가능하신 교우는 ‘사도행전’을 옮겨 적으시기 바랍니다. 성서쓰기 공책은 교구에서 지원해드립니다.
(2) [기도서로 기도하기]
성공회기도서는 우리 성공회의 자랑이요 보물입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답게 말씀과 성사에 충실한 기도 전통을 잘 모았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같은 기도서로 드리는 기도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해줍니다. 기도서를 가지고 매일 거룩한 기도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묵주기도가 좋은 분은 묵주로 기도하십시오.
자신이 가장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기도문에 의지하되, 그 기도가 자신의 것이 되도록 하십시오. 바쁠 때는 화살기도를 바치시기 바랍니다.
교우 세 사람을 기억하시어 구체적인 형편을 헤아리며 기도해주십시오.
특별히, 모든 기도 가운데에 이번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코로나19 감염증을 방역하고 치료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온 세계가 빨리 이 역병을 관리하고 통제하여 건강한 일상의 삶을 회복하도록 기도해주십시오.
(3) [소통하고 공부하기, 공부하고 소통하기]
성공회는 이성을 신앙의 권위로 중시합니다. 이성은 인간의 계산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능력입니다. 진실하고 정직하게 서로 경험을 나누며 가르치고 배우는 소통의 능력이 이성입니다. 지성을 존중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며 함께 식별하며 친교를 이루어가는 태도입니다. 성공회출판사, 선교교육국, 비아출판사에서 펴낸 좋은 책이 많습니다. 독서를 하고,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모임을 가지십시오. 자신이 직접 가려 뽑은, 좋은 글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교우들에게 전하면 좋겠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서로 대화하고 격려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기 바랍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앙생활, 교회의 미래에 관하여도 성직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4) [친교와 상통의 공동체 이루기]
교회공동체를 이룬 우리의 친교는 우리끼리의 친교가 아닙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입니다. 친교를 통해서 우리가 계속하여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친교입니다. 새로운 이웃을 환대하여 우리 모임을 자라나게 하는 친교입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모이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에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 모인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가 입니다. 우리는 모여서는 우리 삶의 전부를 예배하는 마음으로 봉헌합니다. 흩어져서는 예배의 마음을 삶의 실천으로 봉헌합니다.
(5) [사회적 이웃되기]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상 ‘사회적 이웃되기’의 다른 표현입니다. 교회는 사회적 이웃되기가 더 깊어지는 ‘영적인 일치’를 지향합니다. 구원을 받았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바로 하느님과의 일치, 이웃과의 일치를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일치가 이루어질 때 스스로의 인격도 온전해집니다.
(6) [봉헌,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코로나19 긴급 기금봉헌을 5월 27일까지 연장합니다. 모두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기도와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주님과 교우들께 감사합니다. 봉헌은 사랑의 하느님께 우리의 삶을 맡겨드리는 일이 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일이 됩니다.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래서 그리스도의 법을 이루십시오. 그러므로 기회 있을 때마다 모든 사람에게 선을 행합시다. 믿는 식구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갈라6:2, 10)”
그동안도 어둠 속에서 빛이 드러나듯, 우리 교우들께서 교구의 사목지침을 잘 따라주셔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