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차 서울교구의회 설교(2020년 11월 21일)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
“거룩하신 아버지,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
(요한 17:9-11)
서울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섬기는 교회를 대표하여 교구의회에 참석하신 대의원 여러분 위에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제56차 교구의회가 반대
면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몇몇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개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내년 연말쯤이나 백신이 들어올 수 있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어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 19 감염증과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동안
우리가 살던 일상의 삶과 방식을 멈추게 했고, 이제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살 것을 요청합
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사목과 선교, 함께 나누던 사랑과 친교, 그리고 신앙생활 전
체를 다시 점검하라고 요청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어떻게 영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
목과 선교를 해야 하는지... 우리 교회가 나아갈 선교의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
고, 그 길을 담대히 걸어가야만 합니다.
지금은 분명히 위기의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대의 징조와 때를 잘 분별하고, 함께 힘
과 지혜를 모으면 이 위기가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께서 우리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길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서울교구는 지난 3년 동안 [제자화 운동]에 온 힘과 정성을 다했습니다.
‘신자에서 제자로!’, ‘주님의 제자, 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표어로 주님의 밝은 빛을 온 누리
에 비추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우리가 안고 있던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교회의 신뢰
를 회복하고자 노력했고,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교육에도 정성을 다했습니다.
우리가 맞이할 2021년도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어려운 현실과 코로나
19 감염증이라는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
운 성찰과 비전으로 선교와 사목을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성공회의 정체성 -장점과 강점-을 잘 살리고, 선교목적-사명과 비전-을 분명
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유효한 선교 방법과 수단을 마련하
여 적극 실행해야 합니다.
서울교구는 2021년부터 앞으로 3년 동안 거룩한 친교로 하나가 되는 교회가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위한 기도에서 제자들이 하나가 되기를 간구하셨습니다.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 (요한 17:11)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서로를 위해서, 서로
함께, 서로를 향해서 존재하신 것처럼 우리도 삼위일체 하느님의 존재방식으로 거룩한 친교
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주님의 교회를 이루어 거룩한 친교를 나누고 상통하는 모습이야 말로 선교의 원동
력이고 출발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나누는 거룩한 친교와 상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우러러 보아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사목과 선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들이 거룩한 친교와 상통으로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치유와 회복, 인격과 삶의
변화, 그리고 영적인 성장과 성숙의 여정을 걸어갈 때 하느님의 영광은 더욱 빛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는 삼위일체 신앙, 거룩한 성사의 은총 안에서 거룩한 친교를 더욱 풍
성하게 나누고 누리어야 합니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더 깊은 친교와 상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홀
로 있지 아니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성공회는 주교를 중심으로 거룩한 친교와 일치를 이루어 사목과 선교를 하는 교회입니
다.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은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를 하는 주님의 교회를 이루기 위해 온 마
음과 정성 그리고 믿음과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몇 가지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 교회가 가야 할 선교의 사명과 사목의 내용을 찾아서 주님의 교회가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성직자 인사문제, 좀 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정비, 그리고 사회선교의 정비에 더 많은 노
력을 할 것입니다.
이 일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게 위해서 교무국의 행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어려운 지역교회
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에도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운영하는 대다수의 사회선교 기관은 매우 모범적입니다. 지자체와 사회선교 분
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성공회가 사회선교 기관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만족
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몇몇 사회복지기관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들과 후원금의 전용문제가 언론에 보도되
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런 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사회선교기관에 대한 신
뢰는 실추되었고, 교회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교구장 주교로서 송구한 마
음을 전합니다. 교구는 앞으로 사회선교기관의 관리와 운영을 더욱 철저히 할 것입니다. 불미
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입니다. 사회복지기관에서 관련업체로부
터 후원금을 받아 법인 전입금을 조성하는 행위를 일체 중지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 일로 기
관운영이 어렵다면, 과감히 기관을 포기하는 수순도 밟을 것입니다. 그리고 법인 차원에서 지
역사회와 교회공동체가 함께 협력하여 투명하게 후원이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발굴
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관구차원에서 관리하던 성직자의 퇴직금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앞으로는 교구별로 퇴직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은 모든 신자들이 지혜를 모아 주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평생 주님의 교회를 섬긴 성직
자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노후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교우 여러분들께서 지혜와 정성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기금에 동참해 주신 교회와 교우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려
운 교회를 섬기시는 신부님들과 교우 여러분도 힘내십시오. 우리가 풍족하지는 않지만 함께
힘을 모아 하나가 된다면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교회가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서로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갑시다. 그 일을 위해 오늘 교구의회에 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와 축복을 기원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
(요한 17:9-11)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