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유행어 `투하오`에 담긴 메시지(4월25일 디지털 타임즈에 실린 글)
작성일 : 2014-05-04       클릭 : 461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경제발전 불구 정신적 성숙은 뒤쳐져

공공 영역 역시 비상식적 측면 많아

존엄과 안전 보장받는 노력 필요해


작년 한해 2000만대 이상 판매된 중국은 세계 1위의 자동차대국이다. 그리고 비싼 자동차가 거리마다 너무도 흔할 정도로 부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엄청난 자동차 물량과 호화스러움과는 반대로 교통질서는 그야말로 무질서하기 그지없다. 출퇴근길에는 자동차가 인도로 달리기도 하고, 심지어 역주행을 하기까지 한다. 마치 자동차를 자전거 몰듯이 한다. 참으로 부조화스러운 모습이다.

작년부터 인터넷에서 `투하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어로 `토호'라고 발음되는 이 말은 원래 돈과 권력을 지니고 있는 지방토착세력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모택동 집권시기에 투하오는 공산당의 비난을 받는 악질지주 내지 악덕관리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돈을 물쓰듯이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선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으로 화려하게 복권(?)됐다. 올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투하오라는 단어는 온라인게임에서 처음으로 화자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시간을 들여 아이템을 획득하는 대신에 돈을 내고 아이템을 손쉽게 사들이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러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 `투하오'는 시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만 5600만번 이상 언급될 정도로 유행어가 되었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투하오가 급속하게 퍼진 것은 작년 SNS에서 퍼진 한 유머가 계기가 되었다:

어느날 어떤 청년이 도사를 찾아와 물었다. "저는 아주 부유한데 조금도 즐겁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좋을까요?" 부자가 "얼마나 있길래 부유하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청년은 "은행잔고에 8자리수 정도의 돈이 있고, 북경에 큰 집이 세 채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도사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투하오, 우리 친구할까?"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지 30년. 중국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로 쾌속성장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높은 빌딩이 솟아오르고, 거리에는 고급 차가 뽐내면서 달리고, 공항에는 선물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귀국하는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운 물질적인 성취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신적 가난함도 커지고 있다.

올 초 인민일보 사설에는 `투하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투(土)'란 촌스러움 혹은 몰상식함을, `하오(豪)'란 가세가 대단하고 화려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돈은 많으나 품위가 높지 않아서 과시하듯 소비하지만 그 내용이 알차지 못하다. 투하오의 특징은 오직 돈, 돈, 돈이며 그들의 좌우명은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식으론 `졸부'라고 할 수 있는 투하오는 왜 갑자기 중국인들 사이에 유행어로 급부상했을까?그것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유사하게 중국 역시 빠른 경제발전과 이에 따른 급속한 사회변화가 가져온 부조화스러운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들 중국인의 특징 중 하나로 `만만디(천천히)'라고 한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중국인들의 만만디는 이제 `콰이콰이(빨리빨리)'로 변하였다. 한국사람 못지않게 급해진 중국인들이지만 빠른 물질적 발전에 걸맞는 정신적 성숙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예전에 높이 평가되고 본받으려 했던 평등의식과 희생정신이 급속히 퇴색되면서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남이야 어떻든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성공주의에 사로잡혀가고 있다. 이처럼 투하오라는 유행어는 오늘날 중국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데 투하오는 비단 개인적 차원에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국가와 같은 공공영역 역시 급속한 물질적 발전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측면이 남아있다. 특별히 법과 행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허술한 관리체계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가의 품격을 좀 먹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중국의 탄광사고는 정부에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함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21일 운남성 지하갱도에서 갑자가 가스가 폭발해서 13명이 죽고, 1명이 실종되는 탄광사고가 또 일어났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탄광업을 통하여 많은 `투하오'들이 여전히 떵떵거리고 있다. 또한 투하오는 비단 기업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공공영역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에서도 많은 `투하오'들이 있다. 2011년 30명 이상의 사상자와 2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온조우 고속철사고 역시 관리들의 부패와 관리감독 부실로 일어난 사고였다. 특별히 광대한 땅에 시행하고 있는 철도건설은 이를 감독할 관리들이 부정한 돈을 모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는데, 작년 12월 내몽고 후허하오터시 철도국 부국장 마준페이는 자기집에 1억3천만 위엔어치의 현금과 보석을 숨겨놓았다가 적발되기도 한는 등 탐관오리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지난 주 한국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수많은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선장과 승무원들의 어처구니 없는 대처와 정부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처능력으로 희생되고 말았다. 겉은 화려하지만 지극히 몰상식한 투하오이자 졸부 대한민국의 민낯을 온 국민과 전세계에 여실히 보여 주었다. 참으로 침울하고 암담할 뿐이다.

급속하게 발전한 동아시아의 두 나라, 중국과 한국은 현재 물질적인 풍요에 반비례하여 정신적인 빈곤이라는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하겠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역시 경제적 발전 못지않게 인간의 존엄과 안전이 보장받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탄광에서, 철도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혼에게 살아있는 우리가 빚을 갚는 길이 아닐까?

덧글쓰기  

광고성 글이나, 허위사실 유포, 비방글은 사전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전글 베드로 14-09-29 575
다음글 베드로 13-11-29 768


묵상 영성 전례 옮긴글들
이경래 신부 칼럼 김영호 박사 칼럼

홀리로드 커뮤니티

댓글 열전

안녕하세요?선교사님!
정읍시북부노인복지관 멸치 판매..
원주 나눔의집 설명절 선물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