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외자기업이 중국서 밀려나는 이유(디지털 타임스 2014.10.23. 칼럼)
작성일 : 2014-10-24       클릭 : 404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필자가 살고 있는 천진은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꽤 많은 한국기업들이 있다. 그래서 한국교민들도 제법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민사회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다. 천진에서 한국기업으로 제일 규모가 큰 삼성의 경우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공세에 밀려 천진공장의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그나마 완전히 철수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진공장은 심천에 비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심천의 삼성 휴대전화 공장은 작년에 이미 휴대전화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삼성 브랜드 파워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 IT매체 ZOL닷컴에 따르면 아직까지 삼성 브랜드에 선호도는 20.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중국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샤오미를 비롯하여 중국 휴대전화 제품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속에서 더 이상 방심할 수 없게 되었다. 얼마전 천진의 한 금융기관에서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는데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선 중국의 경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 속에서 고가제품은 소비자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업체들은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중국인에 맞는 기능에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천진에서 삼성 스마트폰 가격이 3000~4000 위엔 인데 비해 중국 스마트폰은 약 1000 위엔대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삼성제품의 조립라인을 철수함으로 인해 적잖은 한국 협력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협력업체 사장도 그 중 한 사람인데, 그 분은 이전엔 대기업에 납품만 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납품량이 줄어들어 새로운 판로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중국의 IT기술이 나날이 발전해서 자체 조달망이 형성되어서 굳이 외국부품을 쓸 필요가 없어서 더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기업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외자기업의 철수와 더불어 외자기업의 중국투자도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1~4월 중국의 외국투자기업 비준 건수는 24,9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6% 하락했고, 외상투자금액도 1,117억 달러로 3.7%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금융업, 서비스업에서도 외자철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외자기업의 투자 및 철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중국 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이다. 올해 중국 각 성과 시에서 정한 최저임금 인상폭은 16.9%인데, 중국정부는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매년 평균 13%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것은 생산비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조업,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나이키 등의 기업은 중국 내 생산단가 상승에 따라 공장을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했으며, 최근에는 삼성과 같은 IT기업들도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중이다.

다음으로 중국 및 전세계적인 불경기로 투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주로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중국 내 판매 역량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러한 전세계적 불경기로 수출이 막혀 부득이하게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있는 적지 않은 한국계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한편, 투자기업 본국의 불경기로 더 이상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중국의 외자철수 추세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끝으로 중국의 세수정책 및 자국 내 국유기업에 치중하는 산업정책이다. 2008년부터 내·외자기업 소득세를 25%로 통일시켰는데, 이는 일반지역에서 외상투자기업의 세금부담 수준을 9% 높인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의 산업정책은 각종 자국기업 우대정책 및 보조금 혜택, 정부조달 분야의 폐쇄성 등으로 자국기업 특히 국영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외자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음에 반해, '조우추취(走出去)'라는 모토를 내걸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의 기세는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기업의 예를 들자면, 화웨이, 레노버, ZTE 등 1세대 IT기업뿐만 아니라 샤오미, 비보(Vivo), 오포(Oppo) 등 2세대 IT기업들도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를 내세워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2세대 기업들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한 스마트폰은 모두 3,900만대로 한국시장의 1.6배에 이른다. 이들 2세대 기업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전세계 IT기업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기술 및 마케팅분야에서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탄탄한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들 중국 IT기업은 '내수전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전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한국, 일본, 미국 IT기업들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한번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단통법 시행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많은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 IT업체와 중국에서 점차 철수하는 외국업체들, 반면에 무섭게 성장하면서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을 보면서 이들이 조만간 한국시장에 밀물처럼 올 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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