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IT기업이 몰고 온 새 금융 패러다임(2014.12.11 디지털 타임스 컬럼)
작성일 : 2014-12-15       클릭 : 346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01년 필자가 처음으로 중국에 갔을 때 일이다. 한국은 당시만 해도 영화를 보려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렸지만, 중국은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VTR를 거치지 않고 DVD라는 디지털 시대로 곧장 진입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DVD기계가 중국처럼 보급되기 전이라서 이러한 중국의 가전시장 변화에 적지 않게 놀랐던 경험이 있었다.

금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국은 신용카드가 확실히 정착되어서 거의 모든 것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한국처럼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오늘날 디지털 금융시대로 이행하는데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중국 e-결제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사용자가 알리바바에 현금을 적립해 두고 물건값을 치르는 애스크로(제3자 보증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즈푸바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용자가 계정에 현금을 넣자 그 돈을 운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위어바오'라는 상품을 개발했다. 이제 IT기업이 금융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다.

최근 '핀테크(Fintech)'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조합한 이 말은 직역하자면 금융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IT기술이 이제 금융환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경우 직접 은행을 가서 창구에 앉아 은행원을 통해 통장을 개설하던지, 입출금 혹은 대출을 하던지 해야만 했고, 증권의 경우 객장에 가서 증권계좌를 개설하거나 주식시세를 알아봐야 했다. 보안문제가 컸기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전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필수로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어찌되었던 지금까지의 금융 서비스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뱅킹을 통한 금융거래, 홈 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한 주식거래도 가능하게 됐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우리는 이미 핀테크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회자되고 있는 핀테크는 지금까지 금융권 위주가 아닌 일반 IT 기업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기술이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즈푸바오)', 텐센트(텅쉰)의 '텐페이(차이푸통)'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핀테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의 성장세가 실로 놀랄 만하다.

편리함, 간편함, 간소화를 핵심으로 이들 핀테크 서비스를 통하여 사용자들은 처음 사용시, 은행계좌를 연결하거나 카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한번만 거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이들 서비스에서 제공해 주는 기능만으로 결제나 송금 등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결제나 송금 등에서 불편했던 카드정보 입력, 계좌번호 입력, 보안코드 입력 등의 본인인증 절차를 이들 서비스가 대행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업을 중심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금융서비스에서 IT기업을 중심으로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패러다임이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I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하여 이른바 '4대 천황(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업체의 견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올해 3월 말부터 즈푸바오를 통한 결제한도를 기존의 5만 위엔에서 최고 5000 위엔으로 대폭 축소시킨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한 조치에 대하여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은 "시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독점기업과 힘있는 자들이 아니라 소비자들이다"라고 하면서 강력히 반발하였다.

중국정부 역시 새롭게 부상하는 핀테크 시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정부는 이들 인터넷 기업에 민간은행 설립을 승인했다. 텐센트의 '웨이중 은행', 알리바바의 '저장왕상'이 중국은행업 감독관리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설립을 준비 중이다.

중국정부가 이들 기업에 은행업 진입을 허용해 준 것은 비대한 국유은행들이 주로 상대하는 고객이 규모가 큰 국유기업이고 그런 이유로 과거의 고속성장과는 달리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요사이 사업자금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들이나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엔 높은 문턱이라서 이들 민간자본의 자금난을 해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은행의 저금리와 은행창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오바오라는 전자상거래와 QQ와 위챗(웨이신)과 같은 SNS, 그리고 바이두라는 검색엔진을 통해 엄청난 사용자를 확보한 중국의 BAT는 단지 결제 시스템과의 연계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객확보, 그리고 여기서 끌어들인 자본을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고 이를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면서 중국경제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용자들은 점점 기존 금융서비스와 금융기업들은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고 IT기업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역할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중국이 가전제품 영역에서 VTR을 거치고 않고 DVD로 건너뛴 것처럼, 금융분야에서도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 중심의 금융서비스에서 IT기업 중심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 즉 '핀테크'로 빠른 속도로 패러다임 전환 중에 있다.

한국의 금융업이 기존 은행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카드사들의 견제로 공인인증서 폐지, '뱅크월렛 카카오'와 같은 소규모 결제 시스템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 빛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BAT들은 한국의 금융시장을 향해 변화의 파도를 몰고 올 것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핀테크 혁명의 파고가 조만간 한국 금융계를 흔들 것만 같다. 한국 금융계와 IT업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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