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마윈이 바꾼 부의 지도(디지털 타임스 2014.12.25 차이나리포트 칼럼)
작성일 : 2014-12-25       클릭 : 41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12년 중국중앙방송(CCTV)이 주최한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에서 온라인 업체 알리바바 대표인 마윈과 부동산개발업체 완다그룹 회장인 왕지엔린은 13억 시청자를 증인으로 판돈 1억 위엔을 내건 대담한 내기를 벌였다. 

그것은 10년 후,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전체 시장에서 50%를 넘으면 왕지엔린이 마윈에게 1억 위엔을 주고, 50%를 넘지 못하면 마윈이 왕지엔린에게 주는 것이다. 당시 중국 최고의 부자는 완다그룹 왕지엔린 회장이었다. 그런데 올해 중국 최고의 부자는 왕 회장을 제치고 마회장이 차지했다.

후룬 연구소가 발표한 '2014년 후룬 100대 부자'에서 10대 부자명단에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비롯한 IT업계 인사가 무려 5명이나 차지했다. 1위는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과 그 가족으로 1500억 위엔이며, 이것은 작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액수이다.

작년에 1위였던 완다그룹 왕지엔린 회장과 가족은 1450억 위엔으로 올해 2위로 밀려났다. 그리고 한넝투자그룹 리허쥔 주석과 와하하식품회사 종칭후우 가족이 각각 1250억 위엔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든 IT업계 인사로는 QQ와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텅쉰)의 마화텅 회장,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바이두의 리앤홍 회장 부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유명한 찡동의 리우치앙동 회장, 그리고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다. 

후룬 발표에서 보듯이 2014년 중국 10대 부자에 IT업계 인사가 5명을 차지하면서 기염을 토한 반면, 지금까지 중국의 고속성장에서 가장 각광 받은 부동산 개발업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퇴조했다. 특별히 이번에 발표한 100대 부자 중에서 주목할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른바 80년대 세대인 '80 후'의 약진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100억 위엔 부자는 단지 1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는 176명이나 되고 그 중에서 6명은 천억 위엔 이상이며 더 놀라운 것은 자수성가한 '80 후'가 8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부의 형성이 굉장히 젊고 역동적이라는 것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또 하나는 억만장자가 생기는 산업이 IT기업 뿐만 아니라, 생물과학기술과 신생원료산업 쪽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국의 산업과 부의 지도가 이젠 미국, 유럽 등에서 부를 창출하는 트렌드와 궤적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부의 지도는 예전의 노동집약을 통한 부의 창출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집약형 산업구조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처럼 2014년 중국의 부자지도는 새로운 산업과 젊은 기업가의 약진, 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선진국 대열에 중국의 부자도 합류하는 등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들 부러워하는 성공한 '완생(完生)'과 더불어 바닷가의 모래와도 같은 무수한 중국의 '미생(未生)'들의 삶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2년부터 인터넷에서 '디아오쓰'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말로 하면'별 볼일 없는 녀석'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싶다. 이 말의 반대가 '까오푸슈아이(高富帥)'인데, '출신성분이 높고, 돈 많고, 잘 생긴 녀석'이란 뜻이다. 요사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미생'과 '완생'간의 관계라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디아오쓰'라는 말은 네티즌들, 특히 8, 90년대 생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자화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다 알다시피 중국은 1자녀 정책으로 다들 '소황제'로 귀하게 자라왔다. 그러나 소황제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그들은 냉혹한 현실이라는 벽과 마주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문화대혁명 이후 개혁개방으로 초고속성장의 혜택을 누린 6,70년대 세대와는 달리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고 성공할 확률도 이전보다 더욱 힘들어진 환경에 처하게 됐다. 

이제 그들은 마윈이나 뤠이쥔, 왕지엔린과 같은 사람이 되는 꿈을 일찌감치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차나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개인적인 바램도 접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씁쓸히 풍자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판 '88만원 세대'인 셈이다. 그렇지만 비록 이들 '디아오쓰' 한 사람 한 사람은 별 볼일 없는 녀석들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들의 움직임은 무시할 수 없는 사회흐름이자 세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지난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에 전자상거래 타오바오에서 거래된 금액이 571억 위엔이고, 이 중 243억 위엔은 모바일로 거래되었다. 이날 하루에 집계된 금액은 월마트가 중국에서 일 년 동안 판매한 금액의 50%에 달한다. 특히, 11월 11일이 시작한지 13분만에 20억 위엔이 모바일로 거래가 되었고, 그 대부분은 '별볼일 없는 녀석' 덕분이라고 하니 이들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하겠다. 

2014년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억만장자들에 주목할 때, 우리주변에 있는 평범한 '디아오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한 해의 마지막 때, 특별히 한국과 중국에 있는 많은 젊은 '미생'들에게 용기 잃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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