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에서 |
| 작성일 :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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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겨울방학은 춘절을 기준으로 약 한달 정도 기간이 정해진다. 가령 춘절이 1월에 있으면 방학은 그 전에 시작되고 2월 중순 경에 봄 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올해는 춘절이 늦어져서 3월에 봄 학기가 열린다.
방학기간을 맞아 필자는 설도 지낼 겸 해서 잠시 한국에 왔다. 그리고 설 연휴기간 가족들과 모처럼 명동구경을 나갔다. 중국에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 특별히 중국인 관광객들을 보니 잠시 우리가 홍콩의 몽콕, 침사추이 거리에 온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 각 지방의 억양이 섞인 중국어로 명동은 이미 국내 쇼핑명소를 넘어 홍콩처럼 국제화된 상업 중심지가 된 것 같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상점이 '은련(銀聯)'카드 가맹점이 된 것은 물론이고, "알리페이가 당신과 함께 합니다"라는 광고를 등에 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중국인 여행객에게 한국에서 쇼핑할 때 중국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앱인 즈푸바오(알리페이)를 통해 세금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등, 오프라인(은련카드)뿐만 아니라 온라인(알리페이)에서도 중국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넓혀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살고 있던 천진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함이 느껴졌다. 작년 12월 천진에 있는 이마트 매장 4곳이 폐업을 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 기업보다 후발로 진출한 천진의 롯데백화점은 여전히 한산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개혁개방정책으로 '죽의 장막'을 걷은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일구어 왔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이러한 중국의 성장에 편승하여 경제적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기지에서 막대한 부를 가진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IT기술과 결합된 유통, 금융의 혁신을 통해 광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가 지닌 물리적 제약을 돌파하여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제하고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국내를 넘어 한국과 전세계에까지 연결망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3대 IT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으로 이제 중국은 물론 미국 금융시장까지 위협할 기세이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이 갖고 있는 우수한 IT기술과 한류라는 매력적인 대중문화 역량이 다른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수익구조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시스템 영역에 있어서 한국은 금산분리법과 같은 구시대적인 규제정책 때문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 출현을 지체시키는 바람에 자국의 전자 상거래 시장마저도 외국계 업체에게 내주고 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작년에 체결한 한중FTA가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작년에 중화권 지역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이 중국의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되는 금융허브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무역뿐만 아니라 금융영역에서도 더욱 더 긴밀한 협력관계로 접어들었다. 더욱이 이번 설 연휴기간 내내 서울의 상가는 몰려드는 중국인 여행객으로 홍콩의 쇼핑거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평범한 일상으로 될 것이다.
그 동안 홍콩은 중국대륙이라는 거대 배후시장을 배경으로 많은 부를 일구었고, 역으로 대륙 역시 홍콩을 통해 세계 각국과 무역과 금융 연결망을 원활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홍콩은 일개 도시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거대한 중국시장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작년에 홍콩에서 발생한 시위를 비롯하여 대륙인과 홍콩인 간의 깊어가는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앞으로 도시국가 홍콩을 대체할 규모가 큰 '제2의 홍콩'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다시 말해, 그 동안 소비재와 서비스 영역에서 홍콩이 해왔던 기능을 한국이 넘겨받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FTA를 계기로 게임, 한류기반의 대중 콘텐츠 영역과 여행업과 의료 서비스, IT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교육 등의 지식기반 서비스 등을 발전시킴으로써 소득증가와 내수시장 확대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중산층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중국 여행객, 유학생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문화적으로 친근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자연, 역사조건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다 한류와 발전된 산업기술이라는 강점까지 더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을 십분 살려 대 중국 비즈니스 전략을 새로이 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작년 홍콩의 '우산시위' 사례에서 보듯이 민생을 소홀히 할 때, 평범한 일반국민의 호응을 유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양 국민 간의 갈등만 깊어 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대 중국 비즈니스로 창출되는 이익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는 상생의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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