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AIIB, 국제금융질서 새 판 짠다(2015.3.27 디지털타임스 칼럼)
작성일 : 2015-03-26       클릭 : 320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올해는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러시아, 중국에서는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고, 일본정부는 아베 수상의 미 의회 연설을 계기로 전범국가 이미지를 탈각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정치 영역에서 2015년은 커다란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환점은 단지 정치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보다 더 큰 영향을 가져올 분야가 국제경제 및 금융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주도로 창설을 준비 중인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n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이다.

2013년 10월 시진핑 주석이 동남아시아 순방 기간에 이 제안을 처음 했고, 1년 후인 2014년 10월 21개 1차 창립의향 회원국이 'AIIB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서 인도, 몰디브, 뉴질랜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이 가입을 밝히는 등 참여 의향국이 갈수록 확장됐다. 그리고 금년 3월12일 영국이 가입을 신청한 것을 계기로 17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가입의사를 알려왔다. 한국도 호주와 함께 이번 달 안으로 공식참여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현재 30여 개국 이상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AIIB는 올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중국관영방송인 CCTV는 3월23일 'AIIB 심층기획'을 통해 "아시아 지역은 연간 8000억 달러의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그 중 5%만 제공하는 실정이라서 아시아 국가의 인프라 개발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AIIB의 설립은 기존 국제금융기구를 보완하고 아시아 개도국들에게 희소식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중국의 견해에 대해서 미국과 일본은 집행부 운영, 세이프 가드에 대한 국제규범과 가치를 준수해야 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왜 또 다른 국제금융기구 AIIB를 설립하려고 하며 미국과 일본은 이러한 중국의 행보에 비판적인가, 그리고 만일 AIIB에 한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어떠한 변화가 기대되는가?

AIIB설립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기존 세계금융질서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오늘날 세계금융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세계은행(WB)'이라고도 불리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두 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금융질서를 세우기 위해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에 44개국 대표들이 모여서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하고 전후 복구를 위한 경제개발자금 지원과 경제위기 국가에 대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른바 '브레턴우즈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WB와 IMF를 통해 미국중심의 세계금융질서는 지난 70여 년간 유지돼 왔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1966년 미국과 일본 주도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설립됐다. 이러한 국제금융기구는 모두 소유지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미국의 경우, 15%(WB), 16.8%(IMF)이며 거부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사항도 변경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현재 4.1%(WB), 8.3%(IMF)에 머물고 있는 자국의 지분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번번히 좌절됨으로써 국제금융분야에서 변방취급을 당해야만 했다. 또한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화는 물론,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국제금융질서의 변방자리를 타개하고 향후 '일대일로'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기금을 운영하기 위하여 중국정부는 AIIB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지분에 따른 전횡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거부권도 포기하는 등 회원국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AIIB를 통해서 우선적으로 철강산업의 공급과잉과 같은 국내에서 과잉 생산된 인프라 건설자재를 수출하여 국내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무역시장을 크게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 4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향후 2조 달러로 조정하고 나머지는 투자개발 지원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리고 무역결제를 위안화로 대체하는 등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실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목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AIIB에만 머물진 않는다. ADB에 대응하는 것이 AIIB라고 하면, WB에 대응하는 기구는 현재 준비 중에 있다. 2014년 7월 15일 이른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이 모여서 WB의 대안적 세계은행을 만들기로 공동합의했다.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이라고 부르는 NDB도 2016년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AIIB를 신호탄으로 그 동안 일원체제를 유지했던 국제금융질서가 다원체제로 상호경쟁,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시대로 급속하게 전환될 전망이다.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대두에 발맞춰서 그 동안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된 우리의 금융업을 발전시키고, '스마트 시티'와 같은 건설과 IT가 결합된 기술로 아시아 인프라 건설에 참여함으로써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길 바란다. 또한 장차 우리에게 닥칠 한반도 인프라 사업에 AIIB기금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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