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중국 '전관예우'서 배울 점(2015.8.20. 디지털타임스 차이나리포트)
작성일 : 2015-08-25       클릭 : 33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지난달 필자는 새로운 시험제도 도입에 관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북경에 갔었다. 그 자리에 '국가고사센터' 전직 주임을 역임하셨던 분으로부터 많은 인상을 받았다. '국가고사센터'는 중국의 고입, 대입시험을 비롯하여 각종 국가자격시험에 대한 관리, 감독뿐만 아니라 토플, 토익 등 외국어시험의 중국 내 실행에 따른 승인 및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퇴직하신 지 10년이 되셨지만, 지금도 중요한 회의나 자문이 필요한 곳엔 오셔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하시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중국에는 이 분과 같은 퇴직한 전문가 및 지식인들이 각 분야에서 쌓아온 자신들의 경륜을 현직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전해주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사(院士)제도이다. 원사란 학계최고의 학자이다. 우리로 따지자면 학술원 회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중국과학원에 743명, 중국공정원에 802명의 원사가 있다. 중국과학원은 1949년에 설립된 자연과학 학술연구기관이고, 중국공정원은 1994년에 설립된 공학과 과학기술 연구학술기관이다. 두 기관 모두 국무원 직속에 있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학문과 지성의 표상이다. 중국에서의 원사는 비단 명예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각종 정책결정에 참여해 자문을 하고 있다. 예컨대 신경보에 따르면, 작년 6월 리커창 총리는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원사들과 경제현황, 경제혁신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전문적인 조언을 경청했다고 한다.

비단 '원사'와 같은 최고지성집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만났던 국가고사센터 전직 주임과 같은 중간 관리급 이상을 역임한 퇴직관리들로 구성된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 노과학기술 공작자 협회(약칭 중국노과협)'이다.

1979년 중경시에 일군의 퇴직 엔지니어들이 주도하여 '중경시 퇴직 엔지니어 협회'를 결성하고 기술적인 자문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북경, 상해 등의 주요 도시에 속속 지방조직들이 설립되었다. 1986년 중공중앙 판공청, 국무원 판공청은 '퇴직 전문기술인원 활용에 대한 임시규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93년 5월에 북경에서 열린 제2차 대회에서 '중국퇴직기술자단체 연합회'는 '중국 노과학기술 공작자 협회'로 바꾸어서 범위를 넓혀 나갔다. 현재 '중국 노과협'은 성, 자치구, 직할시에 성급 조직이 31개 있으며, 도시 급 조직이 311개, 현 급 조직이 503개, 농촌의 가장 기초 지역단위라 할 수 있는 향 급에 1198개, 도시의 가장 기초단위라 할 수 있는 동급에 772개이고 회원은 60만 명 이상을 점하고 있다.

필자가 만난 전직 국가고사센터 주임의 설명에 의하면, 회원은 퇴직 후 급여의 70%를 받으며 자신들이 속했던 분야에서 경험한 연륜을 바탕으로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필요한 정책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각 기관들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이들이 작성한 제안서를 참조하여 행정시행 중 발생하는 각종 시행착오를 줄여 나간다고 한다.

오늘날 노령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직장인 중 퇴직을 앞두고 있는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이 전체의 5%인 약 600만 명 이상이다. 그 중 노과학자협회와 같은 고급 직군의 비율은 더 높다.

과학기술진흥과 인재강국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중국정부는 퇴직자들의 경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등 '전관예우'를 시행하고, 퇴직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사장시키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직종에서 이른바 '전관예우'문제로 지탄을 받고 있다. 공공영역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개인의 안위와 영달에만 국한하는 부정적인 면에만 치중되고 있는 한국의 '전관예우'현상을 보면서, 중국의 노과학자협회와 같은 건강한 '전관예우' 풍습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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