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다해 부활 4주일 설교: 넬라 판타지아
작성일 : 2016-04-16       클릭 : 535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사도9:36-43; 시편23; 묵시7:9-17; 요한10:22-30)

 

넬라 판타지아

 

몇 년 전,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만든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 중 합창단을 구성해서 대회에 참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팀이 부른 노래가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였습니다. 이 곡은 원래 영화미션의 주제곡인데, 후에 이 곡에 노래말이 생겨서 오늘의 이 곡이 생겼습니다. 지난 주 우리 교회 박진용 다윗 군에게 이 곡을 오카리나로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설교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다 함께 이 곡을 잠시 감상해 볼까요?

-      연주

어떻습니까?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는 9년 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 때는 저는 박경조 주교님이 이사장으로 계셨던 나눔과 평화재단에서 사무국장으로 재단일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막 설립된 재단과 그 정신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MBC방송국과 함께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콘서트행사를 준비했었습니다. 그 행사에서 저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가 부른넬라 판타지아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 노래를 들을 때, 저는 행사스텝이라는 것도 잠시 잊고 눈물이 날 정도로 그 감동에 흠뻑 빠져 들었습니다.

그 후, 저는 인터넷에서 그 노래 가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해 봤습니다. 주보에 제가 번역한넬라 판타지아의 한글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비전(환상) 속에서 나는 하나의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곳이죠.

(후렴)나는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그곳은 영혼 깊은 곳까지 인간을 충만케 합니다.

 

비전(환상) 속에서 나는 빛나는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밤마저 어둡지 않습니다. (후렴)

 

나의 비전(환상) 속에는 따스한 바람이 있습니다

그 바람은 마치 친구가 오듯, 이제 도시로 불어옵니다. (후렴)

 

부활시기 우리는 성경 마지막에 있는 묵시록의 말씀을 듣습니다. 묵시란 계시를 뜻합니다. , 계시의 메시지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당시 로마황제의 박해에 신음하고 있을 때, 묵시록의 저자 요한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판타지아를 보여 줍니다. 그 판타지아란 고통 당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서 어린양이 흘리신 피로 악을 심판하시고 바로잡아 주시는 비전입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가 들은 제2독서 마지막 구절, “하느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말끔히 씻어주실 것입니다(묵시 7:17)”는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평소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흘릴 때, 누군가 나와 함께 해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주면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까? 하물며 모든 위로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주신다니 그 위로가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모든 역사가 종말에 도달한 시점에 지금까지 그 시간 안에 살았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앞에 한 자리에 모인 그 엄청난 자리에서 하느님께서 우리 인류가 응어리진 수 많은 과 억울함 들을 바로잡아 주시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물을 말끔히씻어주시는 판타지아를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정말 가슴 벅차 오르지 않습니까? 

‘판타지아!’  흔히들환상으로 번역하지만, 그리스도교 기도전통을 안다면 이 말은 단지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그러한 환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계시이자, 비전인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이 판타지아를 기도 중에, 관상(contemplation)중에, 심지어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일상 중에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당신의 비전, 당신의 판타지아를 보내주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판타지아로써 우리를 당신의 세계로 초대하십니다.

그러나 이 판타지아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 (요한10:30)” 오직 주 하느님과 하나된 사람만이 하느님이 주시는 판타지아, 하느님이 주시는 비전을 올바로 볼 수 있으며, 그 비전을 향해 걸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비전을 향해 걷는 와중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당하셨던 십자가의 고통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묵시록은 이들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린 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빨아 희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에 동참하는 크리스천에게 주 하느님과 하나되는 판타지아, 비전은 우리신앙의 가장 근원적인 원천입니다. 이것을 가장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로마에 있는 성 이냐시오성당에 있는 벽화입니다. 원근법으로 그려진 이 벽화는 굉장히판타스틱합니다. 천정 정 중앙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삼위일체 하느님, 특별히 십자가의 예수께서 당신의 비전을 예수회 창립자인 성 이냐시오의 가슴에 비춰주십니다. 그리고 이 빛이 이제 온 세상-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에 나가있는 선교사들과 사람들에게 뻗어갑니다. 다시말해, 기도 안에서 주님께서 이 환상을 이냐시오에게 보여주시고, 예수님과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된 한 사람의 비전이 이제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 선교사들과 그곳에 사는 하느님의 백성을 통해 실현되어 나아갑니다. 영화미션은 바로 이 환상을 실현시켜 나간 선교사들의 영웅적인 행적을 표현한 것이고,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는 이 환상을 노래로 찬양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자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판타지아 안에 당신의 사명을 보셨고, 그 길을 충실히 따르셨습니다. 묵시록이 쓰여질 당시 우리 신앙의 조상들은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판타지아 안에서 커다란 위로와 희망을 얻고 그 극심한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는 무슨 판타지아를 보십니까? 무슨 판타지아로 위로와 희망을 받습니까? 그리고 무슨 판타지아로 하느님의 사명, 하느님의 미션을 완수하고 계십니까?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곳곳에 예쁜 꽃들이 새로운 생명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주님이 보여주시는판타지아를 느껴봅시다. 그리고 이 판타지아가 이 도시로, 이 나라로 불어오길 기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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