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참다운 단식(2017년3월3일 설교)
작성일 : 2017-03-28       클릭 : 297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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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58:1-9 / 시편 51:1-4, 16-18 / 마태 9:14-15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에게 단식은 경건의 상징이었습니다. 루가 복음 1812절에 보면 성전에서 바리사이파 사람이 저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 분의 일을 바칩니다라며 기도한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처럼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한 이유는 모세가 율법을 받으러 산에 올라갔다고 여기는 목요일과 율법을 받고 산에서 내려왔다고 여기는 월요일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율법은 유대력으로 710, 즉 속죄일에만 단식하라고 하였습니다. 레위기 2327절은 이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하고 있습니다: “칠월 십 일은 죄 벗는 날이다. 그 날에 너희는 거룩한 모임을 열고, 단식하며 야훼께 제물을 살라 바쳐야 한다.” 그러던 것이 바빌론 포로 이후에는 1년에 4-4, 5, 7, 10-이나 단식하는 날이 생겼고(즈가리야 8:19 참조), 그 후 유다 종교 지도자들은 율법이 정한 것보다 횟수를 늘려 자주 단식함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경건하고 열심한 사람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기득권을 계속해서 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출애굽을 통해 해방의 기쁨을 기억하고 사람들을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쉬게 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단식이 세월이 흐르면서 경건함과 불경함을 판단하고, 차별과 특권을 가져오는 전통으로 변질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보여주기 식 단식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폭로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보아 주시지 않는데 단식은 무엇 때문에 해야 합니까? 당신께서 알아 주시지 않는데 고행은 무엇 때문에 해야 합니까?”(이사 58:3)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우리 모두는 곡기를 끊는 단식(斷食)이라는 결핍된 행위를 통해, 이보다 더 큰 하느님의 보상이나 응답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요?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로부터 경건하고 열심하다는 보상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기도를 통해 주님의 응답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말 속에 이러한 우리 내면에 잠재된 보상심리가 은연 중에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참다운 단식입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은 참다운 단식의 내적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먼저 하느님 앞에서 내 실존이 죄인이라는 처절한 자각입니다. 시편저자는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만 죄를 얻은 이 몸, 당신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한 이 몸, 벌을 내리 신들 할 말이 있으리이까?”(시편 51:3-4)

그렇습니다! 절대적으로 선하신 하느님 면전에서 내가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지 뼈에 사무치는 자각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는 상대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에서 오는 깨달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나는 시편저자처럼 하느님을 향해 다음과 같이 자비와 용서, 그리고 회복을 간구하는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 뿐,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당신께서는 얕보지 아니하시니, 어지신 마음으로 시온을 돌보시어 예루살렘의 성벽을 다시 쌓게 하소서.”(시편 51:17-18)

이처럼 단식은 하느님 앞에서 내 존재의 실상을 자각하는 것이요, 동시에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나를 회복시켜 주심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식을 통해서 나는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오직 이러한 단식만이 나를 해방시킬 수 있으며, 이웃을 해방시킬 수 있는 내적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참된 단식을 하는 사람은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압제 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다”(이사 58:6-7)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 사순절 기간 참다운 단식을 통해 거듭 나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여러분을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고, 상처를 금시 아물게 하시며, 떳떳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때, 야훼의 영광이 여러분의 뒤를 받쳐 주시길”(이사 58:8 참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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