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승천: 하느님이 되신 인간(승천 대축일)
작성일 : 2024-05-11       클릭 : 88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240512 승천 대축일

다니 7:9-14 / 사도 1:1-11 / 루가 24:44-53

 

승천: 하느님이 되신 인간

 

2,000년 교회역사 그리고 인류 문화사에서 예수님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물음은 그 분을 믿던 믿지 않던 간에 말입니다. 심지어 역사를 나눌 때도 예수님의 탄생을 기준으로 그 전인 BC(Before Christ)와 그 이후인 AD(Anno Domini)로 나눌 정도 예수라는 분은 인류사에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 인물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자신을 가리킬 때 가장 즐겨 쓴 말은 사람의 아들(人子)’이었습니다. 이 말은 공관복음에서 70회가량, 그리고 요한복음서에서 12회 등장합니다. 원래 이 말은 구약성경에선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뜻했으며, 인류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곤 했습니다. 예컨대, 시편 8 4,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라는 구절을 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image of God)’으로 만들어 주셔서 하느님의 현존을 비추는 모습으로 불러 주시는 것에 대한 감탄이 서려있습니다.

이와 정반대 되는 호칭은 입니다. 예수님 당시 제자들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다윗 왕국을 다시 세워주실 왕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님의 반대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요한복음은 “빌라도가 명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였는데 거기에는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고 씌어 있었다(요한 19:19)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십자고상에 ‘INRI(Jesus Nazarenus, Rex Judaeorum)’라는 라틴어 약어는 요한복음의 이 구절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그 후, ‘예수는 왕이다라는 생각은 단지 유다 왕국의 왕이라는 국지적이고 현세적인 범위를 뛰어넘어, 보편적이고 종말론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 우리가 들은 제1독서 다니엘서의 말씀입니다. 다니엘 예언자는 환시 중에 다음과 같은 장면을 봅니다: “내가 보니 옥좌가 놓이고 태고적부터 계신 분이 그 위에 앉으셨는데, ……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그에게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다. 그의 주권은 스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다니 7:9, 14) 특별히, 로마제국 시대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왕이 위로부터 내려와서 제국의 종말을 이끌어 주길 바랬습니다. 그 결과,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던 로마제국이 마침내 기독교를 자신들의 국교로 선언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하여 그 후 서구문명은 이른바 기독교 세계(Christendom)’가 되었습니다. 이제 왕들과 주교 그리고 교황은 자신들의 권력의 원천을 왕이신 예수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이른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을 정신적 지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서로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두가지 개념 모두가 인간세상과 그 안에서의 높고 낮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신앙인들은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예수님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호칭이 온 우주의 그리스도(Christ Pantocrator)’입니다. 서울 주교좌성당 전면에 있는 이콘(icon)이 바로 온 우주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성화입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가 들은 예수님의 승천사건으로부터 비롯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루가 복음은 4복음서 중 유일하게 예수님의 승천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루가 복음을 쓴 루가는 이어서 쓴 두번째 책 사도행전에서 승천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루가는 예수 승천을 매개로 예수님 시대와 교회의 시대를 묶어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승천을 통해 지상에서의 예수님 삶은 마쳤지만, 예수님은 다른 방식으로 교회를 세우시고 온 세상을 구원하시고 통치하실 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가복음 후에 씌어진 요한복음은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예수님이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신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합니다. 그 기도와 성찰의 결과지상에서의 예수님, 즉 그분이 사람의 아들로 불렸건, 아니면 유다인의 왕, 나자렛 사람으로 불렸건 더 본질적인 모습은 그분은 태초부터 성부 하느님과 함께 하신 말씀(Logos)’이셨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은 이것을 자신의 복음 맨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 같은 분이셨다. (요한 1:1) 이 말씀은 구약성경 창세기 1 1,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는 말씀을 연상시킵니다. 그럼으로써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대표하는 사람의 아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참되고 진실된 을 거쳐서 마침내 우주를 창조하고 관장하는 온 우주의 그리스도로 진화하였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우리의 체험, 우리의 묵상과 관상이 마침내 다다른 깨달음의 결과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시야가 온 우주로까지 확장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오늘 우리가 들은 승천(Ascension)’입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믿고 희망하는 구세주는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람의 아들이자, 동시에 유형무형한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온 우주의 그리스도이신 겁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부활절 설교 때 소개해 드린 예수회 수도자이자 고생물학자이신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신부님은 《인간현상(The Phenomenon of Man)》이란 저서에서 우리는 영적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체험을 하는 영적존재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물질만능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샤르댕 신부님의 통찰은 이를 망각하고 살고 있는 우리의 근원을 일깨우는 탁월한 안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승천대축일을 기념하며 우리는 나자렛 예수가 실은 단지 2000년전 이스라엘에 태어나시고 사셨던 분이라는 역사적 사실로 머물지 않고, 그분의 승천을 보면서 이분이 원래 태초부터 말씀으로 계신 분이시고 승천하시어 원래 자리로 돌아가신 하느님이셨다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합니다.

이제 온 우주의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간에게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이 사람의 아들이 되신 이유가 우리 인간이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한 그런 물질덩어리가 아니라, 실은 하느님의 존재를 나눠 받은 영적 존재였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떼이야르 샤르댕 신부님이 말씀하신 인간체험을 하는 영적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영적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신앙의 진화 과정이란 우리의 시선과 믿음이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에서 영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점차 변화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심으로써 당신의 정체를 온전히 드러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물질과 이 세상의 집착으로부터 영원한 진리의 세계로 승천하리라는 희망을 가지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 인간이 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인 우리를 삼위일체 하느님의 그 신비 속으로 들어 올리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복음으로 기뻐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엎드려 예수께 경배하고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에 돌아가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여 지냈다. (루가 24:53) 

   하늘로 오르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지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임하길 기원하며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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