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유능한 일꾼 발굴하기(나해 연중11주일)
작성일 : 2024-06-15       클릭 : 118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240616 나해 연중11주일

사무상 15:34-16:13 / 2고린 5:6-17 / 마르 4:26-34

 

유능한 일꾼 발굴하기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1831-1904)은 영국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작가이며 또한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습니다. 그녀는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다양한 여행기록을 남겼는데, 그 중 1897년출간한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Neighbors)』은 한국에 대한 최초의 영문서적 중 하나로 조선말기 한국사회를 자세히 묘사하고있습니다. 그 책에서 그녀는 부패한 사회로 인해 조선인들이 게으르고 패배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서술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을 떠나 러시아에 갔을 때 그녀는 거기서 본 전혀 다른 조선인의 모습을 보고 매우놀랐습니다. 그 당시 맨 몸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러시아에서 농토를 개척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농산물유통망을 장악할 정도로 주체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역동적이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왜 이처럼 똑똑하고 잘난 조선인들이 조선 땅에서는 그런 기질을 발휘하지 못한 것인지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조선인은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그들이 만약 조선에 머물렀다면이처럼 근면하고 절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한말 조선에 머문 조선인과 러시아에 이주한 조선인이 전혀 다른 기질과 능력을 발휘하였다는 비숍 여사의 증언에서 보듯이, 누가 리더십을 발휘해 어떻게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누가 의사결정권을갖는가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조직과 사람의 운명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관계입니다.

오늘들은 제1독서 사무엘 예언서는 이스라엘 왕국을 이끌어 갈 리더를 발굴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무엘 예언자는 베들레헴에 사는 이새의 아들 중에서 왕으로 세우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아들들을 하나씩 살핍니다. 그는 이새의 첫아들인 엘리압을 보고 속으로 이 자가 좋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하느님은 사무엘에게 “용모나 신장을 보지 마라. … 사람들은 겉모양을 보지만 나 야훼는 속마음을 들여다본다(사무상 16: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사무엘 예언자는 다윗을 선발하기 전에 사울의 용모를 보고 왕으로 기름 부었었는데, 그 결과 기대와 달리 잘못된 리더의 길로 감으로 인해 낭패를 봤습니다. 그럼에도그는 여전히 잘못된 판단을 하였던 것입니다. 참고로 사무엘 예언서에는 사울의 용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 그만큼 잘생긴 사람이 없을 만큼 끼끗하게 잘 생긴 아들이었다.누구든지 그의 옆에 서면 어깨 아래에 닿았다. (사무상9:2)이처럼 예언자 역시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외형에 현혹되는 것은 자연스러운것이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조직에서 인재를 인선할 때 외모나 학력, 집안배경등 외적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다시오늘의 독서본문으로 돌아와서 봅시다. 사무엘 예언자가 이새의 아들 7명을다 보았지만 하느님께서 아무런 응답을 해 주시지 않자, 그는 혹시 아들이 더 없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 이새는 그제서야 막내인 어린아이 다윗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버지생각으로는 아직 어린 아이가 어떻게 왕으로 기름부음받을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서 아예 소개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바로이 아이다. 어서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어라(사무상 16:1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이어린아이 다윗을 선택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복음 중에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견주며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겨자씨 한 알과 같다.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더욱 작은 것이지만 심어 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도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된다(마르 4:30-32)라는예수님의 말씀과 연결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인재를 발굴하는 것과 연관시켜 이해해 보자면, 2독서에서 사도 바울이 고린토 교회 교인들에게 “전에는 우리가 세속적 표준으로 그리스도를 이해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2고린 5:16)라고말씀하신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습니다.   

세속적표준으로 볼 때, 외모를 비롯하여 학력, 이력, 평판, 업적 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고, 사람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이 사람이 앞으로도 잘 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어떤 면에서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속적 표준을 통해 발굴된 인재 그리고 그러한 인재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 왜 비숍 여사가지적했듯이 똑 같은 조선사람인데 조선에 있을 때와 러시아에 이민 가서 사는 모습이 상반되게 나타났을까요? 역사를통해 볼 때, 오래 전부터 인간들이 선호한 세속적 표준은 결과적으로 왕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사회와 조직구조형태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열화, 계급화, 차별화, 경쟁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조직의 정점에 오른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오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사무엘 예언자에게 주변왕국들처럼 자신들도 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을 때, 예언자는 세속적 판단에 근거한 피라미드형 중앙집권체계가 몰고 올 위험성을 우려했던 것입니다.   

친애하는교우 여러분!

세상의때가 묻지 않은 순진한 어린아이 다윗을 선택하신 야훼 하느님, 그리고 어부와 세리와 열혈당원 출신을 12제자로 삼으신 예수님이 염두에 둔 조직과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은오늘 복음에서 언급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의 시작은 탐스럽게 달린 열매라기 보다는 마치작디 작은 겨자씨와 같은 모습입니다. 비록 우리 눈에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에 그 안에는 큰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그 변화는 너무도 미약해서 보통사람들은 잘 느끼질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꾸준히 성장해갑니다. 그래서 어느 새 씨앗은 낟알이 맺혀지고 수확의 기쁨을 가져옵니다.

겨자씨가자라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 그리고 사도 바울처럼 그러한 신비를 일구어 내는 일꾼이 되기 위하여 저는 우리에게 두 가지 원칙이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생명의 원칙입니다. 이것은 조직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성원들에게 어떤 사태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무엇이 아름답고 추한지 분별하여 종합 판단할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이 다윗을 선발하고, 예수님이 제자들은 불러서 양육시키시고, 사도 바울이 교회 공동체를세운 것이 이 원칙이라고 봅니다.

다른하나는 조건의 원칙입니다. , 자율조직, 협력조직, 연결망(network)조직, 학습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리더가 조직을 떠나더라도 조직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셨어도제자들이 모여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선교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제2독서에서 사도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것이나타났습니다(2고린5:17)라고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주님의빛으로 새로운 안목이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되고, 우리 교회도 점차 하느님 나라를 닮아가게 됩니다.

유한하고그러기에 죄의 유혹에 흔들리는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고 우리 안에 담겨있는 겨자씨 같은 선하고 아름답고 진실된 가능성을 보시고, 불러 주시고, 기름부어주신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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