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신을 잃어버린 시대에 관하여(나해 연중18주일)
작성일 : 2024-08-03       클릭 : 43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20240804 나해 연중18주일

사무하 11:26-12:13 / 에페 4:1-6 / 요한 6:24-35

 

신(神)을 잃어버린 시대에 관하여

 

7월 26일부터 8월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선수들은 4년 동안 땀흘려 갈고닦은 기량을 이 올림픽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응원하며 함께 기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퍼포먼스에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그리스도교에서 예배의 핵심이 되는 성만찬 장면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ci)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영상이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예수님이 여장남자(Drag Queen)라고 부르는 성정체성이 모호한 여성으로 등장하고, 제자들을 백인과 흑인으로 구성된 트랜스 젠더들로 변형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장면은 예수님의 희생을 뜻하는 빵과 포도주 대신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같은 남자이며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us)로 분장한 배우가 ‘벌거벗은’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퍼포먼스를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을 기념하는 식사를 디오니소스로 상징되는 쾌락의 잔치로 폄하하고, 최후의 만찬에 임하는 예수님의 숭고함과 사도들의 모습을 성전환자들의 성적 유희로 희화(戱畵)하는 작가와 그것을 전 세계 축제에 올린 프랑스 당국자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독교 신앙 전통을 간직해 온 프랑스가 자신들의 정신적 전통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만천하에 알림으로 인해 프랑스 사회는 머지않아 커다란 정신적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의 경우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이란 미명하에 자신들의 정신적 유산과 전통을 철저히 파괴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전통을 질투하고 무단으로 베끼는 등 문화적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보여 준 프랑스의 자기 부정행위는 어떤 의미에선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견줄 수 있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이것을 프랑스의 톨레랑스(tolerance)라는 관용과 포용성의 정신이자 진보의 정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저는 그것은 궤변에 불과할 뿐 그들의 선조들이 지켜왔던 거룩한 종교적 정체성을 부정하고,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인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퇴폐와 향락의 세계로 퇴보했다고 느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절제되지 않은 인간의 본능에 따른 행동이 어떠한 후과(後果)를 초래하는지 예언자 나단의 예언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다윗왕은 자신의 부정을 덮기 위해 우리야 장군을 사지로 몰아넣었고, 그가 전사하자 장례를 치른 다음 임신한 밧세바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이 합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을 속일 순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예언자 나단을 시켜 비유로써 다윗왕에게 경고하십니다. 다윗은 그 비유가 사실 자신이 저지른 거라는 걸 깨닫고 그 죄를 고백합니다. 이에 대하여 나단 예언자는 하느님이 다윗이란 존재를 내치시지는 않겠지만, 그가 저지른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후과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다윗이 죄를 고백한 것에 대하여 사랑으로 용서하셨지만, 그 잘못된 행동에 따른 책임을 물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은 무분별한 사랑이 아니라 정의와 함께하는 사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한편, 복음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은 것이 참 생명과 진리를 갈망했다기보다는 단지 그들의 배를 채워줄 초능력자를 필요로 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요한 6:27)”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시야는 오직 현세적 차원에만 갇혀있습니다. 그들은 조상들이 사나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를 언급하며 당신도 모세처럼 그러한 기적을 할 수 있냐고 채근합니다. 계속해서 예수께서는 조상들이 먹은 만나라는 것도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세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모든 것을 섭리하신 하느님이 하신 일이라고 하면서 현세적 신앙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한 하느님의 신비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하십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인류의 성현들을 통하여 고귀한 지혜를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동양의 고전  『예기(禮記)』 "악기편(樂記篇)" 제16장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중용의 소리 화합면, 어느 사람이 듣지 않겠는가? 중용의 덕 화합되면, 어느 마음이 따르지 않겠는가? 중용의 덕과 화합되면 가히 안과 밖의 도를 합할 수 있으며, 중용의 소리는 가히 사람의 도와 신의 도가 쳐지게 된다. (中聲之和,何人而不聽?中德之和,何心而不聽?中德,故可以合內外之道也;中聲,故可以合人神之道也。)” 여기서 언급한 중용(中庸)이란 극단에 치우치지 않음이며, 동시에 이것은 내 안에 있는 욕망과 밖으로부터 배운 도덕이 조화를 이룬 상태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하느님이 일치하는 모습을 뜻합니다. 이런 연고로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을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동양의 전통 가치는 우리 기독교의 황금률인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마태 22:37)”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태 22:38)”라는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오늘 복음에 등장한 사람들처럼 현세적 만족이라는 것에만 머문다면, 하느님과 진정한 만남은 이루어지기 힘들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가 공경해야 할 하느님이 부재(不在)한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우리의 욕망만 남게 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들은 다윗 왕의 죄는 바로 하느님을 경외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욕망만 채우고, 사람들을 속이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세상의 도(道)에만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기괴한 퍼포먼스는 기독교 황금률을 망각한 오늘날의 서구사회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정신적 혼란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경천애인이라는 중용의 도를 파괴한 현대중국 역시 지극히 속물적인 괴물이 되어서 도덕관념의 붕괴와 환경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오늘 예배를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거룩함을 상실하고 욕망만이 넘실거리는 극단 사회 속에서 사도 바울이 에페소 교인들에게 충고하신 다음의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간의 간교한 유혹이나 속임수로써 사람들을 잘못에 빠뜨리는 교설의 풍랑에 흔들리거나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리어 우리는 사랑 가운데서 진리대로 살면서 여러 면에서 자라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에페 4:14-15)”

초창기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주님의 사랑과 사도들의 헌신을 본받아 디오니소스적인 향락이 판치는 로마 제국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교화시켰고, 이것이 서구 문명을 지탱시킨 정신적 유산이 되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을 더 이상 경외하지 않고, 욕망과 이를 행사할 힘만을 숭배하는 오늘날 사회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공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그 고귀한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직 그럴 때만이 우리는 썩어 없어질 만나와 함께 소멸하지 않고, 영원하신 주님과 함께 영생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영원한 만나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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