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신앙 나눔  
 

박경조 주교님과의 대화 - 깊은 울림의 말씀
작성일 : 2013-11-30       클릭 : 1480     추천 : 1

작성자 루시안  
일시 : 2013년 11월 24일
장소 : 성공회 원주교회
기록 : 국충국
 
<<원주교회 성요셉성당 축성기념일을 맞아, 박경조 주교님이 오셔서 설교말씀을 해 주셨다. 예배 후에 주교님과 참석자들 사이의 대화를 옮긴다.>>
 
주교님 : 원주교회에 역동성이 더 일어나려면 대화가 필요합니다. 좋은 옷 입고 거룩한 척 예배드리고 그냥 흩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룹별로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십시오. 마음 속에 여러가지 고민들을 터놓고 교우들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그곳에서 신앙의 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 주교님께서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신학교에 들어가신 후, 동생이 병으로 별세하였다는 말씀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신앙적으로 흔들림은 없으셨는지요?
 
주교님 : 왜 흔들림이 없었겠습니까? 많이 흔들리고, 많이 아팠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신앙은 없습니다. 안도현의 시 중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가 있지요. 하지만, 하느님을 의지하면서 극복해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 없었고, 하느님께 묻고 또 물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극복되었습니다.
 
- 그룹별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라고 하셨는데, 여성들은 그것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모래알 같습니다. 술자리가 있어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소개해 주세요.
 
주교님 : 신앙의 기초, 신앙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열어두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 얘기나 정치이야기 등 세상 이야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고 교감을 이루어야합니다. 제 사촌 동생이 제가 주교 현직에 있을 때 저를 찾아왔습니다. 울면서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잘됐다, 이제 신앙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되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 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교회위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촌 동생은 모임 때마다 눈치없이 질문도 하고 의문도 제기합니다. 기존 신자들은 창피하게 생각해서 잘 질문을 하지 않지요. 그런데 마음을 열고 의문을 말하는 과정에서 기존 신자들도 교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겸손하게 마음을 털어 내놓으면 공감하게 됩니다. 공감이 없이는 모래알이 됩니다.
간단한 성서공부 교재라도 가지고 함께 나눌수 있는 모임이 필요합니다. 전에 수원교회 다니던 신자가 직장관계로 이사를 하게 되어 개신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 교회에는 그런 모임이 있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청모임 등을 꼭 만들어서 서로 대화를 나누어 보십시오.
 
- 교회를 오래 다녔지만, 전도를 잘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전도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주교님 : 성 프란시스는 탁발수도를 하였습니다. 그 삶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프란시스의 삶을 보고 궁핍함 속에 있는 "기쁨"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프란시스에게 모였고, "작은 형제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40대에 프란시스가 죽을 때에는 전 세계에 수백개의 "작은 형제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전도가 중요한데, 프란시스처럼 우리 삶에 기쁨과 평화가 넘치면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추우면 사람들이 따뜻한 난로가 있는 곳에 모이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사랑의 불이 타오르면 자녀도 더 가깝게 모이게 되고, 이웃이 끌려오게 됩니다. 부담감을 가지고 전도하면 중심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부부가 더 사랑하고 가족이 작은 공동체가 되면 그것 자체가 전도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기쁨과 평화를 누리십시오.
 
- 동료가 외로워 보이고 아픔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픕니다. 외로움을 느끼고 아파하는 동료를 무엇으로 지지해 줄 수 있을까요?
 
주교님 : 가장 위로해 주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 존재가 그런 존재입니다. 외로움을 물리치거나 고통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내 존재가 원래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비를 맞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리 존재 깊은 곳에 외로움이 있습니다. 받아들이면 지나가게 됩니다.
남의 외로움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하느님께서 그 마음에 연민의 정을 불어 넣어 준 것입니다. 이것도 존재 속에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웃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연민의 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아파하셨습니다. 십자가는 함께 아파함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은 누명을 쓰고 외롭게 돌아가셨지만, 예수님의 마음 속에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예수님 속에 연민의 정을 주신 분이 하느님입니다. 고통을 없애주려고 하기 보다는 예수님처럼 "함께 해줌"으로 충분합니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입니다.
외롭고 아파하는 동료가 나를 보고 사랑을 느끼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 아이들이 교회에 나오기 힘들어해서 고민입니다. 억지로 데리고 오기도 힘들고, 주중에 공부하느라 고생했는데 늦잠을 자는 것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교회에 못나오더라도 신앙을 계속 갖도록 할 수 있을까요?
 
주교님 : 우선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신앙은 자율성이 중요합니다. 제가 스스로 신학교에 들어갔기에 어려움이 있어도 누구에게 불만하지 않았고 하느님께만 붙들게 되더군요. 둘째로 하느님은 나보다 더 아이를 사랑한다는 신뢰를 갖고 기도해야 합니다. 자녀를 내 뜻대로 좌지우지 하려하지 않고 하느님 손에 맡겨드려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것을 압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마음이 자녀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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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  | 11/30 20:33
수요 구역모임에서 이 글을 같이 읽으며, 역시 성공회 주교님은 다르긴 다르구나 했습니다.
여쭙고 싶은게 참 많은데, 그날 참석을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김장이 뭔지
이글을 기록하시고 올려주신 국충국 신부님이 아니었으면 이 좋은 이야기를 못볼뻔했습니다.
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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