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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공동설교 - 가해 부활 7주일 - 국충국(아모스) 신부
작성일 : 2014-06-02       클릭 : 1389     추천 : 0

작성자 홀리로드  
 

“이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요한 17:1-11)
국충국 아모스 신부 / 원주교회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끌려가시게 될 것을 아시고, 제자들을 위해 당부의 말씀을 유언처럼 하신 후에 고별기도를 드리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남겨질 사람들, 제자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기도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간곡한 기도와 남겨진 사람들이 흩어지지 말고 하나로 일치를 이루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떠나신 예수님은 다시 이 세상에 오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후 3일 동안 제자들은 몹시 혼란스러워하였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들은 쉽게 믿지 못하였습니다. 어떤 제자는 유령을 본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어떤 제자는 속임수가 아닌가 생각하며, 두 손과 옆구리의 못자국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3일 동안 제자들을 떠나 있었는데도 그들의 믿음은 땅바닥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오른편으로 떠난 지 2천년이 흘렀습니다. 예수님의 간곡한 고별담화와 고별기도에도 불구하고 3일 동안 허둥대던 제자들처럼, 이천년 동안의 기다림 속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너무나 왜곡시키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해왔던 여러 잘못들 중에서도 선교를 핑계로 침략과 강제지배를 정당해 왔던 역사가 가장 큰 잘못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세상의 낮은 곳을 택하여 가난한 자들과 힘없는 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예수님을 잊어버리고, 권력자들의 편에 서서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던 것은 교회의 잘못입니다. 김지하 시인은 “금관의 예수”에서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할 때,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이 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복음의 실천을 외면한 채 딱딱한 교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예수님을 시멘트 콘크리트 속에 가두어 두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 수 : 너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바리새인들이다. 오직 저희들만을 위하여, 저희들만의 신전에 나를 가두었다. 내가 너같은 가난한 백성들에게로 가지 못하도록 그들은 나의 이름으로 기도를 한다. 그러나 나의 이름으로 그들은 나를 다시금 십자가에 못박는다. 그들은 나의 제자임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 나를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이기적이고 의심이 많으며 의롭지 못하고 슬기롭지 못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을 외면하고, 박해받는 의로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귀를 막는다. 그리고 그들은 세속의 안락과 부귀와 영예와 권세와 너무나 가까이 있는 탓으로 그들의 귀에는 나의 말도, 너희들 가난한 백성의 외침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들이 날 가두었다.(희곡 금관의 예수 중)
 
마태오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예수님 승천 기사가 없습니다. 마태오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으로 끝을 맺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예수님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승천은 또 다른 성육신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시는 사건입니다. 우리가 예수님 안에 살 때,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가 예수님이 되어서 예수님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금관이 아니라 가시관을 쓰고 계시고, 지금도 세상의 낮은 곳에서 연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복음을 선포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승천일인 오늘, 예수님을 움직이지 못하는 시멘트에 가두어 두는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예수님의 복음을 따라 좁은 길을 기쁘게 걸어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간곡한 기도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하늘과 일치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힘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버지여, 이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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