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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공동설교 - 가해 연중 28주일 - 김현근(마태) 신부
작성일 : 2014-10-13       클릭 : 1078     추천 : 0

작성자 홀리로드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 되도다”
 
 
 
(마태 22:1-14)
김현근(마태) 신부/ 묵방교회
 
 
가을을 타나 봅니다. 낭만적인 가을 탐이 아니라 모든 음식이 다 그렇게 맛이 있어서 난 이 가을을 신나게 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몸은 언제부터인가 두루 뭉실 해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또 다시 아침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성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청주공항까지 냇가를 따라 왕복으로 다녀오면 약 20킬로미터가 다 됩니다.
 
약간 안개가 꼈던 새벽이었습니다. 그날도 내 살들과 이별을 하면서 신나게 페달을 구르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퉁! 하고 튕겨나가면서 언덕 아래로 곤두박칠 뻔 했습니다. 늘 그 길에 박혀 있던 커다란 돌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돌을 째려보며 “너는 왜 여기에 박혀있어서 나를 이렇게 놀라게 하는 거냐!”하며 돌에게 욕을 한 바탕 해줬습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돌에게 나와 같은 불평과 욕을 해 댔을까?’ 아마 돌은 그 길 한가운데 박혀 있음으로 인해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실컷 욕을 먹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돌이 만약 그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개울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징검다리가 되어서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욕이 아닌 칭찬을 들었을 것입니다.
 
돌멩이 하나도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떠할까요? 사람 역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비판과 욕을 먹을 수 있을 것이고, 있어야 할 곳에 잘 자리 잡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혼인잔치를 베푼 임금이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종을 두 번씩이나 보냈는데도 초청받은 사람들은 오지를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시의 관례로 보면, 두 번이나 보냈음에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커다란 결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 권력자인 임금의 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갔다고 복음은 전해줍니다. 어떻게 보면 하찮은 핑계로 초대를 거부하고 자기의 볼일 봤던 그들에게 임금은 진노를 하며 큰 벌을 내립니다.
 
우리도 주님의 초대를 받고 있습니다. 주일을 지키는 일, 전도하는 일, 서로 다독이고 섬겨주는 일, 공기도에 참석하는 일, 등등 계속 주님은 우리들을 선교 사업에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들도 그런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주님의 초대에 잘 응하지 않는 모습을 봅니다. 이웃집의 혼사가 더 중요하고, 체면으로 참석해야 하는 등산모임을 더 소중하게 여깁니다. 마치 오늘 초청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
 
우리들은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감사성찬례에서도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 되도다.”라고 고백을 합니다. 초대 받은 것도 복이지만 부르심 받은 사람 가운데 뽑힌 사람이 될 때 우리는 주님과 함께 천국을 갈 수 있습니다. 주님의 날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일까? 하찮은 핑계로 뽑히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입니까? 주님의 성찬에 초대받아 복 된 삶을 누리는 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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