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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공동설교 - 가해 연중 31주일 - 남재우(미카엘) 신부
작성일 : 2014-11-01       클릭 : 1220     추천 : 0

작성자 홀리로드  
 
“하느님이 보고 계십니다”
 
 
 
(마태 23:1-12)
남재우 미카엘 신부 / 복계교회
 

 작가 김경일씨가 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있습니다. 이는 유교의 허례허식과 체면 문화의 폐해를 지적한 글입니다. 이 허례허식의 문화는 극치에 달하여 진실과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꾸미는 오늘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장례 중에 슬피 곡해주는 사람을 빌려주는 사업이 성업을 이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결혼식을 위하여 하객 뿐 아니라, 가족, 친지의 역할도 대신해주는 사업의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오늘의 모습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일컬어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마나 팔에 성구 넣는 갑을 크게 만들어 매달고 다니며 옷단에는 기다란 술을 달고 다닌다(5절). 하고 지적하십니다. 왜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과 의미는 사라지고 어느새 형식만이 남아서, 하느님 앞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살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강력하게 지적하신 대목인 것입니다.
 

요즘 우리 교구는 피선주교님과 주교축성을 위하여 한창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한 신자가 하루에 12단(성공회묵주 기준)씩을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피선주교님과 주교축성을 위함이라는 묵주기도의 취지와 의미는 둘째로 하고 하루 12단을 바쳐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묵주알을 분주히 돌리시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하느님은 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숨은 속마음까지도 꿰뚫어 보고 계십니다. 남에게 또는 나에게는 “열심”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진실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습을 달리보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또 복음성경은 전합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12절) 이 말씀은 진정 높아짐의 개념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에서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둘 이상이 모이면 서열을 정합니다. 동물은 힘의 우열로 서열을 가리고, 사람은 사회의 합의에 의해 서열을 가립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다든지 또는 지위가 높다든지, 아니면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서열이 정해지면 그에 맞게 대우가 결정되고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여러 가지 욕심을 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서열을 달리 정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을 높이신다고 하십니다. 인생의 오르막길에서는 하느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가치를 최고로 여길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낮아져야만 합니다.
 

그러할 때 하느님은 그를 통하여 사역하십니다. 그러할 때 하느님은 그를 높여주십니다. 이것이 교회를 통한 하느님의 사역의 시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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