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구장 취임 이경호 주교
“다름 존중하고 포용하는 모습
사회적 약자 돕는 주교 될 것”
“대한성공회가 양적 성장보다는 ‘성공회다움’을 유지하고 발휘하는 게 한국 교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성공회 제6대 서울교구장에 취임한 이경호(사진) 베드로 주교는 26일 서울 중구 정동 서울교구 주교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다양한 종교 지형에서 대한성공회는 127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작은 교단이지만, 그리스도교와 500년 성공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풍성한 영성과 전례를 지켜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주교좌성당에서 주교 서품 및 승좌식(취임식)을 가졌다.
이 주교는 ‘성공회다움’에 대해 “극단적인 것보다는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신앙, 다름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꼽았다. 그는 “오랜 전통과 숨 쉬고 어우러지면서도, 특별한 교리나 사람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성과 신학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추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주교의 말처럼 대한성공회는 가장 개방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웃 종교와 잘 어울리는 교단으로 꼽힌다.
1959년 경기 안성 태생인 이 주교는 8세 때 부친을 여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원에서 성공회성당에 처음 나갔다. 그는 “신부님이 성당에서 검은색 평복인 캐속(cassock)을 입고 나오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 여름성경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신부’라고 쓴 것이 사제가 되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주임사제 때 청소년을 이끄는 데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주교는 “대화와 질문, 신학적 의심이 가능한 교회를 지향해 대화를 나눴더니 청소년들이 많이 따랐다”며 “신앙을 가질 때 주관적 체험도 소중하지만, 건강한 신앙이 되려면 건강한 신학의 토대 위에서 질문과 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교 서품식을 앞두고 2주간 피정에 들어갔던 이 주교는 “나 스스로 어떤 주교가 되고자 하는 것보다는, 우리 교회와 하느님께서 나에게 요청하는 주교직이 무엇인가를 묵상했다. 초대교회 교부들이 주교직을 수행하며 보인 공통된 모습이 성서에 대한 깊은 연구와 설교에 쏟는 정성, 가난한 사람·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세상 권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이었다”면서 “그런 주교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987년 한신대를 졸업하고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실천신학을 전공했으며, 1991년 대한성공회 성미카엘 신학원을 졸업한 뒤 그해 12월 부제품, 1993년 5월 사제품을 받았다. 그동안 선교교육원 총무, 산본교회 관할사제, 서울교구 교무국장, 서울주교좌교회 보좌 사제·주임사제·인천 간석교회 관할사제를 지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