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의장주교 2019년 사순절 메시지>
친애하는 대한성공회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사순절기가 다가왔습니다. 특별히 금년은 삼일절 10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민족의 독립과 진정한 평화를 다시 한 번 되돌이켜 보게 되는 뜻 깊은 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내부적으로는 내년 선교130주년을 앞두고 3개 교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사순절 매일기도’와 ‘사순절 신앙생활 실천달력’을 통해서 기도생활과 여러 가지 실천생활을 하자는 신앙운동을 시작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순절 포스터에 “돌아봄, 돌아옴”이라고 쓰여 있듯이, 우리의 생활과 신앙을 돌아보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걸으신 주님께 다시 돌아오는 은혜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처럼 우리를 돌아보고, 주님께 돌아오는 사순 절기를 보내면서 성서와 교회의 전통은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강조합니다.(마태 6:3-6) 이 중에서 저는 여러분께 단식을 실천하도록 권면하고 싶습니다. 단식은 금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인류의 조상에게 “이 동산에 있는 나무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만은 따 먹지 마라. 그것을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 2:16-1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함부로 먹지 않는 절제를 통하여 인간의 무한한 탐욕이 가져오는 파국을 막는 삶의 태도이자, 유한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성서적 근거라고 하겠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깨달음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자신이 하느님 안에 있는 존재, 즉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게 된 우리는 사순절 기간 매일의 기도와 삶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희망을 두고”(시편 146:5) 삽시다. 이럴 때 청년실업 등으로 절망에 빠진 젊은 세대에게 주님의 희망을 알려주는 사람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기도와 자선을 통해서 우리 교회의 모든 신도들은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에게 따스한 봄날과도 같은 예수님의 향기를 전파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선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사순절 극기헌금은 세종교회 개척을 위해 봉헌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행정중심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교회 공동체를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주님 안에 한 형제자매를 고백하는 우리 대한성공회의 모든 지체가 이러한 고귀한 주님의 선교에 관심을 기울여서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가 단식하고 기도한 열매를 함께 나누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대한성공회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입니다. 100년 전 우리의 신앙선조들이 성령에 감화되어 민족의 참된 자유와 독립을 목청껏 외쳤음을 되돌아봅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그 정신을 망각하고 살았다면 단식과 기도로 회개하고 주님께 다시 돌아옵시다. 그리하여 내년 2020년 대한성공회 130주년에는 다시 한 번 주님의 기쁜소식을 목청껏 외치고 삶으로 힘있게 실천하는 교회로 거듭납시다.
끝으로 ‘대한성공회 130주년을 향한 기도문’ 중 일부를 인용하며 사순절 메시지를 마무리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제 우리가 주님사랑에 의지하여 나태와 무관심, 반목과 분열 등 우리의 무수한 잘못을 회개하고 ...... 새로운 시대에 합당한 변화와 성장을 이루게 하소서. 나아가 이웃과 사회, 겨레의 평화통일과 인류평화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 아멘“
2019년 재의 수요일에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유낙준 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