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땅에서 이방인이 된 사람들, 흑인 아이는 백인들의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없던 곳. 흑인에 대한 철저한 차별 및 분리정책을 일컫는 아파르트헤이트는 반세기가 넘도록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를 눈물로 얼룩지게 했다. 1994년 민주선거가 치러지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인류가 저지른 가장 잔혹한 행위 중 하나인 아파르트헤이트는 마침내 종식되었다. 우리는 남아공의 이러한 아픈 역사와 뒤이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떠올릴 때 이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다. 인간이 벌인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화해와 용서로 사람들을 ‘선함’으로 이끈 투투 주교.
투투 주교는 분노와 절망이 아닌 인간의 선함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온 삶을 바쳤고, 그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4년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의장으로 임명되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 자행된 범죄의 진상을 밝히고, 고통과 슬픔으로 찢긴 남아공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힘썼다. 남아공 국민들에게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한 그에게 많은 이들은 묻는다. “주교님은 그토록 엄청난 불의와 억압과 잔혹한 일을 겪었으면서도 어떻게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확신합니까?”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를 지닌 투투 주교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선하게 창조되었으며, 우리의 선한 본질대로 살아간다면 분명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듯, 우리는 선(善) 그 자체인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다. 선함이란 의무나 책임,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한 불꽃을 깨닫고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투투 주교의 딸이자 마찬가지로 성공회 사제인 음포 투투와 함께 집필한 이 책 《선하게 태어난 우리》에서 투투 주교는 역사상 가장 어두운 지역에서 직접 목격한 끔찍한 사건들을 가슴으로 전한다. 나직하고도 시적인 신앙 고백과 종교 지도자로서의 메시지뿐만이 아니라,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불의에 담대하게 맞선 한 인간으로서의 삶 또한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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