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사색》은 루이스가 성경에 대해 쓴 유일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변증가이자 사상가로서 견지해 온 예리한 시선을 내려놓고, (그의 표현대로) “아마추어로서” 자기가 경험하고 묵상한 시편 읽기를 통한 여러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다. 전문가로서, 또는 선생으로서 하는 ‘강의’가 아니라 배우는 중에 있는 같은 학우(學友)로서 자기 생각을 나누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루이스가 자신의 통찰력을 겸손으로 누그러뜨리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역시 루이스다!’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는 몰번 칼리지를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고대 시문학에 깊이 빠져 고대와 중세시대 시를 두루 섭렵한 바 있으며, 그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가르친 과목이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그저 단순한 ‘묵상’이나 ‘상념’만은 아니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비과학적이라는 비난과 비판의 주 대상이 되는 이적과 창조 기사 등과 관련하여 ‘성경’을 어떻게 읽고 접근할지를 설명하는 대목(11장 성경)은, 성경 읽기와 관련하여 새로운 시각과 안목을 열어 준다. 루이스를 전공한 학자나 신학자뿐 아니라 그를 깊이 읽은 독자들이 두루 말하는 바, “루이스의 통찰로 루이스를 이해”하려는 독자라면 《시편 사색》은 전혀 새로운 시편 읽기, 전혀 새로운 성경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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