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8월 어느날 기도 중에(2010년)
작성일 : 2013-01-13       클릭 : 748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1. “주께서 쓰시겠답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와서 올리브산 근처 벳파게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는 두 제자를 보내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맞은편 마을로 가 보아라. 그러면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을 터인데 그 새끼도 곁에 있을 것이다. 그 나귀를 풀어 나에게로 끌고 오너라. 혹시 누가 무어라고 하거든 ‘주께서 쓰시겠답니다.’하고 말하여라. 그러면 곧 내어 줄 것이다.” 이리하여 예언자를 시켜, “시온의 딸에게 알려라. 네 임금이 너에게 오신다. 그는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타시고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마태21:1-5)



8월 초, 저는 비자를 전환하기 위해서 잠시 서울에 머물렀습니다. 어느 날 새벽녘, 곤하게 잠을 자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제 귓가에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주께서 쓰시겠답니다!” 그 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고 커서 저는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으나, 아무도 없고 창문 밖에는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말인데…?” 저는 얼른 성경책을 펼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예수께서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시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 말씀을 저에게 지금 들려주신 의미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저는 이 말씀을 화두(話頭)로 붙잡고 그 뜻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00년전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모습과 오늘 제가 중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는 것이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주께서 주신 말씀에 대한 저의 묵상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먼저, 예루살렘과 중국에 대해서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예루살렘은 정치, 종교, 경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변방 갈릴리에서 시작한 하늘나라 선포가 이제 그 중심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곳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구원의 완성이 이루어집니다. 예루살렘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높이 들려져야 했고,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야 했고, 마침내 당신 백성들에게 성령을 내리셔서 온 세상으로 파견하셔야 할 장소인 것입니다.

중국은 오늘날 점점 동아시아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500년 전, 일본에서 전도했던 성 프란시스 사베리오는 중국을 복음화시키면 아시아를 복음화시킬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말을 듣고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500년 전, 일본사람들이 한 말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단지 세속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선교적인 차원에서도 점점 중요한 곳이 되고 있습니다. 크리스찬이 약1억명 가량 되는 세계2위의 크리스찬 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정권하에서 말입니다. 더욱이 우리민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북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서 중국과 중국의 크리스찬과의 협력은 이북선교에 있어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님은 이제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던 것처럼 오늘날 중국의 만리장성 성문을 들어가시고자 하십니다.

다음으로, 나귀에 대해서입니다. 주님께서는 왜 멋있는 백마가 아니라 고집세고 자그마한 나귀를 택하셨을까요? 저는 이 말씀에 대해서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하나는 저와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저와 우리공동체의 역할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볼 때, 제가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주님께서 저를 훈련시키시는데 무려 40년이 넘게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백마(저는 말띠입니다!)처럼 그렇게 멋있는 모습으로 자라지도 못하고 노새처럼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모습으로 있습니다. 그러한 저를 주님께서는 “쓰시겠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주님은 우리 공동체가 비록 작고 역량이 작은 노새지만 기꺼이 당신의 도구로 쓰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 일은 ‘주님의 일(Opus Dei)’입니다. 우리는 주님이 가시는 길에 발이 되어 드리는 노새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환호를 할 때, 그것은 노새가 아니라 주님께 드리는 환호인 것입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노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은 주님의 일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노새처럼 겸손하게 주님을 모시고 구원의 사업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나의 영광, 우리집단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많은 일들이 종종 어긋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이 점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께서 쓰시겠답니다!”

저는 이제 다음 학기부터 중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합니다. 이제 중국에서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마치 저의 상황은 예루살렘에 곧 입성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주님께서는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뜻은 이 일을 시작하시는 분은 바로 당신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우쳐 주신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나귀가 되어 주님을 등에 태우고 겸손히 그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주님을 잘 모시고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 십자가의 길, 그 영광의 길에 부름받았음을 감사하게 응답하고 이 길을 나귀처럼 묵묵히 걸어갑시다.


2. 꿈(비전)에 대한 믿음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증해 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증해 줍니다.(히브11:1)


몇몇 분들이 저에게 중국에 왜 가냐고 물어 봅니다. 이 지면은 빌어 저는 대략 3가지 비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캠퍼스 사역입니다. 저는 올 9월부터 일반대학에서 정식교원으로 가르칩니다. 주님께선 저를 일반대학 그것도 비즈니스전문대학에서 일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이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날 중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분야를 통해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이 일이 장차 어떻게 전개될지는 주님의 인도에 따라 걸어가다 보면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리라 믿습니다.

둘째는, 중국교회와의 협력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교회는 큰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60년 전, “중국교회는 끝이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세계2위의 기독교인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록 급속한 성장으로 목회자 부족, 신도들에 대한 목회적 프로그램 부족, 이단의 성행 등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교회는 장차 동아시아와 세계교회에 자신들의 결실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땅에 동참해서 그 포도밭에서 일하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주님께서 어떠한 방식으로 그 포도밭에 일하게 하실지, 또한 중국교회와 한국의 형제자매들과 어떻게 연결시켜 주실지는 믿음을 가지고 따라갈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북교회를 부흥시키는 것입니다. 이북교회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각별한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주님의 형제자매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중에 하나의 부분을 준비할 뿐입니다. 그것은 중국교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한 이북교회 지도자들을 주님의 말씀으로 양성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주님께서 저와 우리 공동체에게 주신 비전임을 믿고 차근차근 준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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