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원주교회가 "바른교회 아카데미" 단체에서 발행하는 "좋은교회" 저널에 소개되었습니다. |
작성일 :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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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성공회에 속한 교회를 탐방한 것은 처음입니다. 성공회 사제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대전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는데, 그 당시 ‘손짓사랑회’라고 하는 장애인선교 동아리를 했었어요. 장애인선교를 생각하면서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장애인선교는 단순한 영혼구원을 넘어 사회적인 치유, 또 사회적인 참여와 사회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만 영적인 구원도 완성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회참여적인 신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회 참여적 신학이 강한 한신대와 성공회대 중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성공회대 Th.M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Th.M 과정과 박사과정이 같이 개설이 되었었는데, 수업에서 성공회 신부님들하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여기에서 신학을 하면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Th.M을 M.Div로 전환했습니다. 아버지는 감리교 장로, 어머니는 권사, 친척분들도 모두 장로교나 감리교에 속한 분들이어서 처음에는 집안에서 반대가 좀 많았어요. 왜 잘 모르는 성공회로 가냐고요. 성공회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 오해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 때 시골에 계시는 감리교 목사님이 부모님들께 말씀을 잘 해주셨어요. 성공회가 이상한 교단이 아니라 좋고,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 신학을 해서 목회를 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요. 그래서 결국은 허락을 받았죠. 2. 예배당의 모습이, 장의자 혹은 의자가 예배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일반 교회들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지금 이 곳은, 성공회 원주교회가 8년 전에 호저면으로 들어오면서 신축한 성당이에요. 그 때 신자들과 함께 이 공간을 교회 공간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지역에 개방하고, 지역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그래서 신자들이 탁자들을 이런 형태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주일에는 예배당 앞을 보고 이 탁자들을 쭉 펼쳐요. 그러면 예배 형식의 공간이 나오고요, 평일에는 양쪽으로 붙여 놓고 중앙에 비어있는 공간에서 풍물, 난타, 또 여러 가지 몸살림 운동, 우쿨렐레 등을 하는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거의 매일 저녁에 이런 모임들이 있죠. 주로 호저면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어느덧 호저면의 지역명소가 되었습니다.(웃음) 3. 성공회 원주교회와 나눔의집이 세워질 때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교회가 먼저 세워졌는데요. 1996년 9월 8일에 원주YMCA 강당에서 성인 신자 6명이 첫 미사를 드리면서 시작됐어요. 초기에는 상주하는 성직자도 없었고, 장소도 없었으나, 작지만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로 성숙해 갔어요. 교회의 끊임없는 기도와 노력으로 1999년에는 원주의 빈민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학성동에 조립식 건물을 임대하게 되었죠. 이 때 사회선교기관인 원주나눔의집도 함께 설립되었는데, 설립 이전에 성직자와 신자들 간에 참된 교회상(像)에 대한 오랜 토론이 있었다고 해요. 주로 공간사용의 문제였는데요. 교회는 이 공간을 주일과 평일 몇 번 사용하는 것이 고작일 텐데, 이렇게 예배공간으로만 사용하기보다는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보자 했던 것이죠.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나눔의집이었어요. 우리가 나눔의집을 통해서 지역을 섬기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것을 우리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었어요. 수련회와 기도하는 중에 그런 마음들이 모아졌어요. 나눔의집은 교인들이 주축이 되어서 세운 거예요. 4. 성공회 나눔의집 운동은 이미 성공회 내에 존재하고 있던 흐름이 아닌가요? 원주 나눔의집은 이 흐름과는 좀 다른가요? 맞습니다. ‘성공회 나눔의집 운동’은 1980년대에 시작된 운동인데요. 당시 성공회 젊은 사제들과 청년들이 도시빈민지역에 들어가 가난한 민중과 함께하는 새로운 교회모델을 만들려고 한 ‘대안적 교회 운동’입니다. 성공회 나눔의집은 민중교회와 같은 대안교회 형태로 처음 시작됐어요. 그래서 다른 나눔의집들은 그 안에 신앙공동체가 다 따로 있어요. 노원이나 성북 나눔의집 안에도 신앙공동체가 따로 있어요. 그래서 나눔의집 자체가 어떤 대안적인 교회, 대안적인 신앙공동체의 기능을 하는데, 이 원주 나눔의집은 그렇지 않거든요. 원주 나눔의집은 대안적인 교회를 고민하던 사람이 민중교회의 성공회적인 형태로 만든 나눔의집이 아니에요. 오히려 교회가 먼저 만들어지고 교회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지역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공회 안에서도 특별하고 독특한 형태입니다. 일반교회와 나눔의집이 결합된 형태가 된 것이죠. 이러한 원칙은 세 명의 사제가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5. 그런데요, 성공회 원주교회보다는 나눔의집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교회에서는 교회를 더 많이 알고 있는데요.(웃음) 아마 교회를 통해서 지역사회를 많이 만나기보다는 나눔의집을 통해서 더 부담 없이, 더 벽을 낮추고 만나기 때문에 나눔의집이 지역에서는 더 알려진 것 같아요. 하지만 원주교회와 나눔의집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원주교회는 교회위원회를 통해서 나눔의집 운영위원회에 2명을 파송하고요, 교회 이름으로 나눔의집에 매월 정기후원 하고요, 나눔의집 사무실과 활동장소로 교회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신자들은 신자들대로 개별적으로 물적, 인적 자원을 후원하고 있고요. 물론 나눔의집은 원주교회 뿐만 아니라 일반사회의 개인/단체 후원인들의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해서도 나눔 활동을 하고 있지만요. 6. 원주 나눔의집이 나눔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일반사회복지기관과는 차별성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와는 깊은 유기적 관계 가운데 있는 것 같고요. 설명을 좀 더 해주시지요. 나눔의집이 갖는 다른 사회봉사기관과의 차별성은 “실무자공동체”예요. 실무자공동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무자공동체는 매주 공동체미사를 드리고, 매월 워크숍과 피정을 하면서 복음의 빛으로 나눔의집 활동을 조명하면서 활동합니다. 나눔의집 활동은 교회와는 독립적이지만, 원주교회의 사회선교활동으로 맥을 같이 합니다.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끈이 되는 것은 활발한 인적자원의 교류이며, 복음적 삶을 숙고한다는 공동의 비전이 되겠고요. 곧 성령이십니다. 교회는 나눔의집을 통해서 지역사회를 더 잘 알게 되고, 지역의 필요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나눔 운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눔의집은 교회와 사회를 이어주는 사랑의 띠라고 할 수 있죠. 지역민들에게도 ‘교회’라는 종교성을 상쇄할 수 있어 마음을 열고 동참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나눔의집 쪽에서도 교회에 여러 가지 기여를 하고 있고요. 교회에는 교회위원회가 있고, 나눔의집에는 나눔의집 운영위원회가 있어서 조직이 따로 있어요. 나눔의집에는 실무자들이 여덟 명 있고, 대표를 맡고 있는 신부님도 따로 계십니다. 저는 원주교회를 섬기면서 이 원주지역을 관할하는 관할 사제이고요. 이렇게 두 기관의 운영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지원하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7. 성당이 학성동에 있었다고 하셨는데, 호저면으로 들어오신 이유가 있나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원주교회와 나눔의집은 빈민지역인 학성동에 ‘무료공부방’을 열어 방과 후에 방치된 아이들을 불러 모아 교육과 문화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독거 어르신 가정결연 사업, 한방진료봉사, 어르신 이미용 서비스, 푸드뱅크 음식나누기 등을 하면서 지역을 섬기고 변화시켜 가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2006년 교회와 나눔의집은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원주시내권의 발전과 성장 이면에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고립되어 가는 면단위 농촌 마을을 섬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죠. ‘경쟁과 무한소비로 생명을 죽이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영성적 치유와 기도를 할 수 있는 피정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런 기도와 고민이 늘어가자 결국 원주의 북쪽 끝 농촌지역인 호저면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2007년 6월 호저면에 성당과 나눔의집을 새로이 건축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나눔의집은 학성동 도시빈민 밀집지역과 도시근교 농촌지역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을 함께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 교회 신자는 호저면에 살고 계신 분들과 시내에서 오시는 분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8. 2014년에 NCCK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하는 녹색교회로 선정이 되셨던데요? 성공회 내에서 녹색교회에 신청한 경우는 없었어요. 그런데 원주교회를 아는 분이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로 가시면서 원주교회도 한 번 신청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저희 교회도 신청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많이 고민을 했는데,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가치나 선교활동 등을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을 했어요. 녹색교회 신청을 하니까 자기 교회를 녹색교회의 기준에서 체크할 수 있게 한 체크리스트를 주더라고요. 사실 작년에도 제안을 받아서 한 번 신청했었는데,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1년 정도 좀 더 열심히 하여 올해 신청하게 된 거죠. 9. 원주교회가 하고 있었던 친환경활동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역사회 섬기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목조건물로 지어진 성당, 바자회 등의 친환경적인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등 지역사회 환경현안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체크리스트에 맞춰서 우리 교회 활동을 체크해보니까 75점 정도 나오더라고요. 체크리스트에는 환경과 관련된 설교가 1년에 몇 번 있었는가, 환경과 관련하여 어떤 신앙고백이 교회에 있는가, 교회의 주보나 홈페이지에 환경관련 내용이 얼마나 나와 있는가, 교회 안에 환경보존에 관련된 사역자가 있는가, 교회는 어떤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가, 교회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있는가, 교회에 있는 공간이 생태적인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가 등에 대한 항목이 100여개 정도 되더라고요. 70점 이상이 되어야 녹색교회로 신청할 수 있는데, 우리 교회는 75점이 나왔던 거죠. 저희들이 소개할 수 있는 친환경활동으로는 교회 예배당이나 도서관 책상과 책장을 DIY로 만든 것, 시골에 있다는 사실, 네온십자가를 밤새도록 켜지 않는 것(십자가 첨탑이 아예 없음),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할 수 있는 두엄자리 만들기, 바자회를 통한 아나바다 운동 전개 등이 있습니다. 10. 나눔의집이 하고 있는 일을 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주요활동으로는 크게 농촌지역에서 하는 지역복지사업과 도시지역에서 하는 아동청소년 교육복지사업, 이렇게 두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교육복지사업이 먼저 시작됐다고 볼 수 있고요. 지역복지사업은 주로 농촌지역인 이곳 호저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인 늘봄학교와 지역공동체 문화복지사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늘봄학교는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 4,50분 모셔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 진행하고 식사도 함께 하시는 거고요. 클라라공방에서는 아주머니들 모셔서 홈패션, 미싱, 친환경수공예품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문화교실에서는 풍물교실, 난타교실, 우쿨렐레 연주 등 문화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고요. 햇살작은도서관에는 책들을 비치해놓았고요. 목요일날에는 무료반찬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수급권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은 공식적으로 반찬나눔을 받지만, 시골에는 종중에 땅이 있거나 해서 실제로는 경제활동은 할 수 없는데 정부의 공식적인 수급자가 될 수 없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분들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다고 보고 후원인들을 모아서 무료반찬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우렁각시는 여성실업자들에게 가사관리사교육을 시켜서 일자리를 주는 일을 해요. 그리고 매달 큰 글자로 된 호저신문을 발행해서 마을 소식들을 알려주고 문화를 선도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아동청소년 교육복지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요. 햇살지역아동센터에서는 방과 후에 초등학교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햇살누리요셉의집은 남자청소년들의 그룹홈이예요. 청소년진로 자립지원센터에서는 방과 후에 청소년들의 진로와 자립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상담하고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애찬이라고 하는 공동체기금 사업도 하는데요. 이것은 출자해주신 분들에게 갑자기 소액의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 면대면 신용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3천만 원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누군가에게는 비빌언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11. 나눔의집이 하는 일이 참 많은데요. 신앙적으로 어떻게 가치부여를 하고 계신가요? 나눔의집이 교회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발전하면서 교우들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직장도 있고 하니까요. 그래서 활동가를 세우게 되었어요. 교회와 나눔의집이 서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교집합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어요. 같은 예배문을 사용한다든지, 서로의 신앙고백을 존중한다든지 해서요. 나눔의집은 교회가 부여해준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활동이 신앙고백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자의식이 매우 강해요. 그래서 실무자 공동체라고 부르거든요. 왜, 사회복지관이 아니라 나눔의집을 해야 되는가? 에 대한 물음이 나눔의집협의회 안에서 고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우리가 찾아낸 것은, 우리의 독특함은 신앙이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에 대해서 고백문을 만들었어요. 나눔의집 활동은 그 고백문에 기초해서 하게 돼요. ‘우리는 가난한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 ‘우리는 투쟁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죠. 신앙이라는 것이, 또 영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내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참여를 통해서 더 굳건해지고, 선교가 이루어지고 교회가 만들어진다는 신앙고백이 있고, 그 신앙고백 위에서 나눔의집은 여러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회선교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활동가 안에는 신자, 비신자, 타교파 신자 등 다양한 분들이 있지만, 나눔의집 신앙고백에 동의하는가, 지금 당장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배우고 참여해볼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것에 대해서 동의한다 혹은 배워보겠다, 그래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하는 경우에 나눔의집 활동가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독특함이 있습니다. 그 안에 서로를 이어주는 끈들이 있는데, 그 끈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자의식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투쟁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라고 할 때, 이것이 단순히 사회에 저항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하는 것이죠. 예수님은 누구를 위해서 일생을 사셨나 하는 것이 그 안에 담겨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투쟁은 주로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투쟁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활동에 적용되어 우리의 신앙고백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12. 저희가 지난 달에 안양청소년쉼터를 다녀왔습니다. 햇살누리 요셉의집은 쉼터와 어떻게 다른가요?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까, 그런 아이들은 공부방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돌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매일 방과 후에 아이들을 만나고, 또 부모상담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문제행동을 보였을 때 그 문제행동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알아보고 다각적으로 사례관리를 하고 있어요. 문제행동의 성격에 따라서 필요한 지역의 자원들을 연계해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나눔의집이 운영하고 있는 햇살누리요셉의집은 남자 청소년 그룹홈인데, 이것을 시작한 것도 어떤 가정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도저히 안 되는, 그래서 아이가 계속 받게 될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의 피난처가 필요하다 혹은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배울 곳이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쉼터는 단기간 머물다가 떠나는 경우라면, 그룹홈에 들어오면 만18세가 될 때까지 같이 살아요. 소수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가정의 형태로 소규모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서 만들어진게 그룹홈이거든요. 네명에서 일곱 명까지 있습니다. 선생님 두 분이 계시고요. 거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잘되고 있어요. 가능하면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시기부터 함께 살고 안정적으로 청소년기를 거쳐서 사회에 진출하는 모델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고요. 지금은 고3 아이들도 있고 이제 중1 아이도 있고. 갈 데가 없는 거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수용시설 같은 곳은 전혀 아닙니다. 나눔의집 활동을 할 때, 다른 아이들에게는 드러나게 강조하지 않지만, 요셉의집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신앙교육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교활동이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들의 심성을 부드럽게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보거든요. 저희의 취지가 집, 가정이기 때문에 종교활동을 같은 곳에서 같이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교회에 오면 요셉의집에 있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복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앞에서, 특히 성찬례를 집도할 때 포도주, 물 등 갖다 주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그것을 옆에서 보조해 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촛대도 들고 있고 십자가도 들고 있을 사람이요. 그 사람을 복사라고 해요.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이 교회에 나오면서 많이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복사로 참여하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13. 성공회 원주교회와 원주 나눔의집의 동행이 가지고 있는 의의는 무엇일까요? 작은 교회이지만, 알차게 사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 교회가 사회선교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신자들을 통해서 그 일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은 신자들을 굉장히 괴롭히는 일이 됩니다. 너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대규모로 하는 것도 조금 자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선교활동에 관심이 있고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는 활동가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나름대로 독립성도 가지게 해서 서로의 건강성을 지켜주는 모델이 굉장히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원주교회와 나눔의집 같은 경우는, 두 기관과의 균형을 잘 맞추고 어느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너무 기울거나 또 너무 힘들지 않도록 지켜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나눔의집 활동 자체도 전문 복지기관으로 지나치게 발전해가지 않고, 활동가들이 전문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작은 규모로 할 수 있는 일, 공동체적인 일을 지향하자 하고 있고요. 이렇게 사역을 하다 보면 교회보다는 나눔의집이 지역사회에 더 알려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문턱이 하나 더 있으면 다가오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교우들도 자연스럽게 이것을 받아들여요. 그러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 일을 해나가고 있죠. 저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교우들한테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라고요. 그러나 우리 교우들은 이것에 대해서 특별히 우리가 잘했다는 생각을 별로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나 제가 그게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부분이라고 계속 얘기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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