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한 부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조금 수다스러울 만큼 자기표현이 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부인은 남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며 허영심이 많은 사람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로인해 자신이 받았던 심적인 고통도 빠짐없이 쏟아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 중간 그 부인은 답답함에 한 숨과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인의 이야기를 쭉 듣고 나서 전 그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떻게 하셨어요?” 그때까지 그렇게 수다스러울 만큼 말이 많았던 부인이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 부인은 간간히 남편과 자녀들에게 폭언과 폭력적 행동으로 자신의 분노적 감정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는 분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의 수다스러운 언행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자기 보호였던 것이지요. 이것이 그녀의 첫 번째 진심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녀의 진심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거절에 대한 아픈 상처가 있었고 깊은 외로움 속에 늘 자신에 대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그녀의 더 깊은 진심이었습니다. 자신의 진심을 마주한 그 부인은 주르륵 그 전과는 다른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참 좋아합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서처럼 사람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예수님의 혜안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세 번째 뵙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후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과거의 생활로 돌아갔고 그 현장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손수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함께 걷기도 합니다. 늘 예수님의 제 1 제자의 위엄을 자랑하던 베드로 역시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는 베드로의 마음이 마냥 편할 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최후의 만찬 때 죽기까지 따르겠다는 맹세를 저버리고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대사제의 뜰 안에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 부인했던 자신의 비겁한 모습 때문입니다. 그 상처는 베드로를 예수님의 곁으로 다가가기 어렵게 했을 것입니다. 또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잘 아시는 예수님이 먼저 베드로를 부르시고 묻습니다.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의 이 세 번의 물음은 베드로가 과거의 누추한 자기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상처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향한 베드로의 진심어린 사랑을 확인하게 합니다.
주님의 세 번의 물음으로 자기 문제를 해결한 베드로의 임무는 이제 주님의 양을 먹이고 돌보는 목자의 삶입니다.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하느냐?”물으시는 예수님의 물음처럼 나의 진심의 다다르는 물음은 과연 무엇일까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그 물음을 찾고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그 물음을 쫓아 주님의 길을 따르는 삶은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이 예언하신 장차 베드로의 모습처럼 고단한 목자의 삶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심에 이르는 그 물음은 우리 안에 참사랑을 일깨우며 “나를 따르라”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는 용기와 아픈 과거로부터의 자유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