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래 신부 칼럼  
 

是則行, 行則是<2012년 성공회 서울교구 성직자 소식지에 실은 글>
작성일 : 2013-03-08       클릭 : 857     추천 : 0

작성자 베드로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요한 14장)

오랫동안 저에게‘있음(being)’과‘행함(doing)’은 화두처럼 풀어야 할 내적 숙제였습니다. 마치 마리아와 마르타와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물론‘활동 속에 관상’이라는훌륭한 영성적 지표를 배웠지만 실존적으로 온전히 녹여내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은 과제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주님은 전혀 새로운‘삶의 자리’로 옮겨 주셨습니다. 그것은 중국이란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제가 태어나서 자란 한국의 환경과 무척 다른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가장 큰 도전은 교회의 문화를 거의, 아니 전혀 향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 안에서 자라고 성소를 키워왔던 저에겐 이런 환경은‘있음’과‘행함’에 대한 관계설정에 고심하던 기반이 사실은‘교회’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고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자라온 저에게 중국은 참으로 낯선‘광야’입니다. 거기에는 마리아가 머물 수 있는‘주님의 발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거기에는 마르타가 손님을 접대하며 일할 수 있는‘주님의 공간’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지, 누런 대지와 회색도시 안에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치적 구호와 경제적 활동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 속에서 저는 주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도와 그 안의 문화 속에서 존재해 왔던 신자라는 정체성과 사제라는 정체성은 그 기반이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변해야만 했습니다.
‘내 존재의 근거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나, 무엇을 행하고 행하여야 하나?’ 저에게는 하나같이 그리 녹녹치 않은 질문들입니다. 동시에 이런 물음을 그저 한적하게 사색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환경이 아니라, 허허벌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냥하듯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실제적 환경 안에서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이렇게‘행(行)’하며 고뇌하고‘있다[是〕 ’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이요, 생명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신학교에서 들려오는 성무일과 낭송소리,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파이프오르간 소리, 수도원에서 보는 아름다운 성화와 깊은 영성체험, 교회에서 행한 전례와 설교, 그리고 교인들과의 봉사와 친교를 이곳에선 맛볼 수 없지만, 그러나 내 안에는 여전히‘생명’이 살아 숨쉬고, 존재의 근거를 갈망하고 그 길을 향해 가고자 하는‘열망’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광야에서 저와 함께 계시고, 행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제는 이 광야가 저에게 교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익숙해 있던 교회라는‘도시’와는 다른 ‘광야’라는 교회에서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이속에서 저는 있음(being)을 배우고 행함(doing)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둘이 이제 제 안에서 점차 통합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있다는 것이 행하는 것이고, 행하는 것이 있다는 것〔是則行, 行則是〕’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생명이 있기 때문이며, 이 생명은 그 원천인 주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광야에서 저는 주님의 은총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 없다.”(요한14,6)

추신: 그동안 제가 행한 외적인 일을 한정된지면에 말하기보다는 저의 내적여정을 미약하게나마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무슨 일을 행했느냐고 물으신다면, 기회가 되는 데로 종종 소식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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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애(프란체스카) 사모님, 딸 이유빈(에스더)와 함께 천진사범대학MBA과정 학생들이 주최한 2010년 성탄전야 송년회 행사에서 가족소개와 인사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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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  | 03/14 00:21
저는 얼마전에 군포에서 원주로 온가족과 함께 이사했습니다. 차로 한시간, 불과 100km 밖에 안되는 거리임에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모험이었던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위치여서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자신만으로도 힘들텐데, 가족의 안위와 그리고 생업과 선교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신부님의 애쓰심이 어떨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폭풍우 속에서도 어미새 품안에서 느껴지는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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